연못에서.
Waiting, The Crazed이후 세번 째로 읽는 Ha Jin의 소설이다.
모택동이 죽고 그다지 많은 세월이 흐르지는 않은 어느 시대.
중국 요녕성의 성도, 심양, 금주(진저우)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 같다.)
주인공은 소학 5년을 마치고 스스로 서예, 조각, 미술을 연마하고 익힌 30대초반의 공장 기능공.
그 속한 인민공사는 비료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인민해방군에 공급할 폭탄도 생산하는 화학공장
이다. (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빌딩을 폭파시킨 티모시 멕베이가 폭탄을 만들 때도 화학비료
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호숫가에 트럭을 세워놓고 약품을 섞어가며 만들었다.)
주인공이 인민공사의 서기와 국장을 상대로 벌이는 반항과 싸움. 신문투고에 의한 고발등등의 전
말기.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극적 긴장감이 높지는 않고. 70년대 언저리 중국이라는 전
체주의 사회의 한 구석에서 벌어지는, 미미한 이해관계를 놓고 벌이는, 인민공사의 관료와 당시
의 시대상이 인간에 부과하는 구속에 대항하는 주인공이 벌이는 사투의 흐름을 따라간다. (운신
의 자유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펴낸 소설이므로 당시의 중국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없는 미국인들에
게는 상당히 어필하는 부분이 있었을 듯도 하지만 이쪽으로서는 감흥의 정도가 그 정도로까지는
고양되지 않을 듯.
당시의 시대, 그 전후를 조망하는 장융의 Wild Swans에 비교하면 이 쪽은 그 무게감이 훨씬 달
린다.
War Trash같은 신작이 있다고 듣고 있지만 Ha jin의 소설읽기는 이제 이쯤에서 그친다.
보스턴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의 자리에서 어떤 것을 가르치는 지 궁금해진다. 그 누구도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보적 중국경험을 외국인으로서의 영어소설쓰기라는 세련된 방법으로 한장
한장 던지며 팔고만 있는 것은 아닐터인데? 살펴볼 기회가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