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Lao

라오 이야기

eyetalker 2007. 2. 28. 16:14
SMALL
 

라오 이야기.


[번역에 들어가다]


사람이 사람을 이끄는 주요소라면 외적으로는 외관, 즉, 돈과 옷차림 같은 것과 내적으로는 기분좋은 흡인력을 가진 사상과 인격이 될 것이다. 할 수 있어서 양자를 다 갖추면 좋겠으나, 어찌되었든 그런 생각을 품고 세상을 주유하고 싶다. 100년에도 못 미치는, 태어나 오직 단 한번 뿐일 이 삶을 어떤 식으로 보낼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몸과 정신을 끌고 다니는 오직 나 자신일 뿐이다. 자신의 의지로 목을 매거나, 혹은 더 극악한 짓을 거침없이 해낼 수도 있겠으나, 삶의 환희를 실천하고 관철하려 즐겁게 노력하는 하루 하루를 보낼 수만 있다면 그로 삶은 목적을 관철한 것이다. 라오스는 아직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땅이다. 문틈으로 겨우 간신히 그림자를 본 듯하다. 곧 일엽편주에라도 몸을 싣고 항해에 나서야 할 때가 빨리 오기를.

 

Contents

저자서문


이것은 실화다. 이 책에 기술된 모든 사건들은 실제 있었던 일이며 등장인물들 또한 실존인물이다. 그들의 신원을 보호하기위해 인물들의 이름은 거의 다 바꾸었다. 라오스에서는 정권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물론이거니와, 정치적 문제에 대한 공개적 토론은 금지되어있으며 자유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지에 체재하면서 그 땅에서의 삶과 사람들에 대해 내가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에 이 책의 출판으로 인하여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를 분들에게는 먼저 사죄드리고 싶다. 라오스에서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어떠한 해악이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과연 이 책을 출판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수차례 심사숙고했다. 하지만 결국, 라오스에서의 생활을 세상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라오스 말의 단어나 어휘의 번역에 있어서 어떤 특정한 번역상의 체계를 따르지는 않았다. 제반 번역은 내가 그 말을 듣거나 하던 방식 그대로를 따른 것이다.


1장 回想


기억해내려고 하지만 때론 너무 힘이든다. 심지어, 내가 거기에 가 있었던 적이 있는 지 조차도 기억해내기가 힘이 든다. 때론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이 세상에서의 삶에 서부터 너무나도 먼. 캠브리지대학의 내 자리에 앉아 기억해 내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바깥은 매섭게 춥고, 햇빛이 비칠 시간도 얼마 남아있지 않다. 창문을 때리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 안에 편안히 들어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신다. 그리고 기억을 계속하는 것이다. 라오스에서의 내 삶의 모든 흔적들을 말이다. 아침마다 신선한 파인애플과 사탕수수를 실은 손수레를 밀며 내 침실 창밖을 지나 거리를 따라 내려가며 울리는 과일장수의 섬세한 종소리. 처음에는 견딜 수 없었으나 결국에는 반가워하게 되고, 심지어 필요로 하게까지 되어버린 열기. 처음에는 온 몸을 뒤덮고,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눈썹과 귀 뒷머리에서부터 탈탈 털어내야만 하는 도로의 두터운 흙먼지. 반가운 비가 한바탕 내리고 나면 현관 문지방 바로 앞 진흙탕에서 풍겨오는 뜨듯하고 구린 악취. 그 모든 것을 다시 느껴보고자 기억해내려 하지만 어렴풋할 뿐 어느 하나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다.

   오랜 벽돌건물의 안쪽에 앉아 바깥의 냉기로부터 보호받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쉽사리 신경을 집중할 수가 없다. 메사추세츠거리의 차들은 분노와 절망감에 경적을 빵빵거리며 저마다의 길을 헤집고 지나다닌다. 내 기억으론 라오스에서는 그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브양티엔에서는 교통량도 별로고 차량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경적은 전혀 불필요 했다. 몰고 다니던 혼다 드림 오토바이의 경적은 진작에 고장 난 채였지만 결코 문제될 일이 없었다. 이 땅의 경직된 날씨 (심지어 사람들 까지도), 까칠하기만한 질서있는 삶, 끊임없는 차량의 물결: 이 모든 것이 라오스에서의 나의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보이는 것이다.

   그리곤 아주 자주 그것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 내가 정말 그 곳에 간 적이 있었던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때로 음악이 나의 회상을 도와줄 때가 있다. 라오스 옜 음악을 스테레오에 걸고 불을 끈 채 헤트셑을 낀다. 가수의 단속적인 비트와 감미로운 톤에 온 몸을 내맡긴 채 서정적 가사에 한껏 파묻힌다. 가난한 청년의 비련을 노래하는 곡이다.

 

아리따운 소녀여,

우리 사랑할 수 있게 해주오.

이 처럼 밀어를 속삭이긴

당신께만 처음이라오.


   노래는 계속된다, 섣달 그믐밤이고, 연중 가장 즐겁고 기쁜 밤이건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구애를 거절하고 있다. 어느듯, 나를 둘러싼 19세기풍 배관과 참나무 마루바닥은 사라지고 난 다시금 브양티엔의 후덥지근한 밤 공기를 들이쉰다. 그것은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차라리 포기하고 말아야만 할 지독한 끈적임 같은 거다. 그 속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를 그 안으로 이끌고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을 이제 당신은 알고 있는 그런 느낌. 그 순간에서야 곧 안온함이 그대를 감싼다. 브양티엔이다. 나는 결혼피로연이 열리는 메콩강 제방 옆, 레인상 호텔 쪽으로 걸어간다. 멀리서 벌써 이 노래가 들린다. 사실 내가 신랑 신부를 잘 알아서 피로연에 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의례 그렇다. 라오스의 결혼식은 장대한 축제연 같은 것으로 친밀한 몇몇만의 폐쇄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시내에서는 단 네 곳뿐인 호텔 실내 수영장 옆 댄스 플로어를 장식한 크리스마스 장식등의 카누피가 눈에 들어온다.


새벽까지 그대 생각에

야위어만 가는 나날

상념에 터질 것 같은 이 내 가슴

너무나 오랫동안 오직 그대만을

헛되이 기리고 있다오.


피로연에서 나는 라오스 전통춤인 람봉을 춘다. 다시금 기억이 생생해진다. 건너편에는, 아마도, 연인관계는 아닌, 단지 직장동료였든 듯한 여인이 천연하고 우아한 자태로 춤을 추고 있다. 거의 움직임조차 없어 보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고 난 도저히 그녀에게 다가갈 수조차 없다. 그녀의 우아하면서도 엄격하게 통제된 몸짓은 나를 밀어내는 듯하고 나의 어색한 접근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to be continued.)

14937

LIST

'About La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오이야기 3  (0) 2007.03.17
라오이야기2  (0) 2007.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