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동무와 연인, 김영민

eyetalker 2008. 9. 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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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와 연인.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  김영민/한겨레출판/20083

 

동무는 comrade. com-rade로 분리하면 같은-녀석쯤으로 추론될 수 있을 듯하다. , 우리말에도 길동무라는 말은 자주 쓰이지 않는가. ‘술친구의 경우는 술동무라 하지 않는 것은 그 의미상 별로 건전치 못하기 때문일까. 이 처럼, ‘동무인 경우가 친구인 경우보다 더 감성적이고, 정감이 묻어나는 단어이다.

 

동무와 연인을 별 다르지 않은 것으로 가르는 저자는 연인의 경우는 의 교환과 관련있어야 함을 누차 밝히고 있다만, 간혹 뼈와 살이 탈법한 환경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어 책 맛은 그저 수수할 따름이다.

 

P11. 보부아르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정체를 작가로 고집했다. “ 사랑하는 남자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내가 원하는 생활..”

 

사르트르야 말로 내개는 순수한 의식이고 자유 그 자체였어요라며 특유한 동무관계를 자만했다…..

 

P12. 그리고 실상 사르트르는 순수한 의식과 자유만이 아니라 왕성한 성욕 그 자체이기도 했던 것이다. 여성들은 그의 못난 외모와 명성 사이의 괴리에 매혹되기도 했고, 그는 오직 오쟁이를 지울 목적으로 매력없는 유부녀들을 탐하기도 했다.

 

P13 그렇기에 사르트르에게 연인관계는 늘 부차적이었지만, 보부아르는 그럴 수 없었다….그리고 육체의 향락은 그녀에게도 환영할 만 했지만 세상을 향한 지식에 비해 애써 요구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P16  그 성취와 가능성의 근간이자 채널은 그들 사이에 오간 이었다. 마찬가지로 둘의 사귐에서 보부아르가 특별한 것은 그녀의 육체가 아니라 였다. 사르트르의 보부아르는 육체(연인)일 뿐 아니라 정작 중요했던 것은 그녀의 귀(동무)였을 것이다….사르트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죄다 털어놓을 수 있는 지적반려자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남자인데, 관계의 요체는 바로 여기. ‘지적 반려자속에 있었다. 성욕의 이후를 슬기롭게 염탐하는 지혜속에 남아있을 여자와 남자 사이의 이치를 실천적으로 궁리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지적반려의 출발선이다.

 

 

P21 조국은 남자의 발명품이다그것은 효도가 부모들의 발명품이고 우정이 약소자의 발명품이며 연애가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사실과 다를 바 없다.

 

P22 잘난 남자는 대개 추상적으로 흐르지만, 아무리 잘난 여자라도 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부권제 사회�문이다. 공적.사적 의사소통에서 여자와 남자가 달리 반응하고 운신하는 이유중의 한 가지는, ‘조국은 남자의 발명품이며 여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중요한 명제 속에 숨어있다.

 

 

P23 여자는 사회적 유력자인 남자를 사랑함으로써만 그의 체계를 인정하고 그의 제도를 승인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조국은 사랑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그것은, 여자는 사랑이라는 환상을 매개로 비로소 남자의 세상과 화해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P41 그 누구도 연인의 살(flesh)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는 없다. 애무는 정육(精肉) 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것은 해부학적 탐색도 아니다. 그렇다고 애무와 살속에 레비나스류의 은현한 신학을 숨겨둘 노릇도 아니다. 카시러나 엘리아데의 말처럼 사람이 워낙 상징적 동물일진대, 그 살은 이미 말과 섞여있다.

 

P42 당연히 지식인들의 사랑과 우정에서라면 말의 무게는 가중치를 얻는다. 전술한 보부아르- 사르트르의 경우에도 말은 사랑의 묘약이었고, 서로의 육체가 상한 고기처럼 삭아갈 때에도 그 빛나는 말의 향연 속에서 관계의 파국을 막을 수는 있었다. 대개 살이 연정을 부르기는 하지만, 구 살에만 일방적으로 탐닉하는 것은 산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실로 치명적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사랑의 관계에서는 말을 매개로 삼아 살 이후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긴요하다.

 

P45 그 모든 지배의 알파와 오메가는 사랑의 형식을 띨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노예의 부역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감당하는 짓으로 사랑의 예속만한 것이 잇던가? 마키아벨리조차 협박(timore)이 아닌 사랑(amore)의 지배에 방점을 두지 않던가?

 

P46 다변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사이의 프랑스적 관계와는 달랐지만, 하이데거에 대한 아렌트의 사랑에도 지적 반려의 믿음과 열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P72 하지만 그녀는 까미유나 밀레바 마리치와 달리 남자-애인을 위해 무료봉사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남자의 명성속에 자신의 재능을 동화시키거나 운명을 복속시킬 수 없는 게 그녀의 첨품이자 기질이었다. 그렇다고 권력과 자본의 구매를 뿌리치고 진실과 정면으로 대결해서 당당하고 슬기롭게 사는 여자, []의 아말리아와 같을 수도 없는 여자가 그녀였다. 운명보다 빠른 걸음을 지니고 있었지만, 운명보다 느리게 살 줄 알았던 여자, 바로 그녀가 루 살로메였던 것이다.

 

P74 “우리가 여기에서 다시 만난 것은 어느 별이 도운 것일까요?”

그녀를 처음 본 니체가 건넸다는 유명한 인사말이다.

 

P75 니체가 죽기 몇 달 전인 19004, 39세가 된 그녀는 남편 안드레아스, 구리고 약관 24세의 연인 릴케와 더불어 고국 러시아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P199 노스탤지어가 마음의 병일 수 만은 없듯이 상사병 역시 마음의 병일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엥겔스는 그의 가족,사유재산,국가의 기원에서 좀더 서늘하고 재미없게 밝힌 바 있다. 현대의 일부일처제 가족은 국가와 종교와 도덕의 호위아래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삼아 연명하지만, 사실 그 제도의 기원은 갑돌이와 갑순이가 서로를 원하고 그리워하는 마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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