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詩

갑자기 장막을 걷어버린탓이겠지만

eyetalker 2007. 2.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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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장막을 걷어버린 탓이겠지만,

촉을 밝히고 필을 들자니, 막막하기만 한 것이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이여? 하겠지만

말을 골라 표현할 길이 없으니 그로서 더욱

답답할 따름이다.


숫타니피아타에서 붓다가 주절이 주절이 읊었다는

삶의 번뇌와 고통이란 바로 이런 것 이겠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파도같은 세례를 받고.

그러니까, 저기 긴 세월을 당연한 듯 서있던 견고한

벽이 일순 그의 손끝하나에 갑자기 무너져 산산히 흩어져

버리고 막막한 벌판이 나타난 것이다.


그제부터는 세상을 다 알아버린양 의기양양해

하지는 말아야 할 터인데.


너는 이제 쉬이 넘볼 수 없는 벽이 되었다.

혹 그 옆을 걷는 일이 있더라도 멀찍이 떨어져

조심스레 걸어야만하겠다. 불시에 무너져

나를 덮쳐 누르지 않을까 두렵다말이다.


 

2007.2.20  ㅈㅣ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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