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라이너 마리아 릴케

eyetalker 2007. 5. 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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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 Bruckner/L'euphorie perpetuelle 

영원한 황홀./파스칼 브뤼크네르, 동문선현대신서

 

P.194

“당신의 삶“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이스인들은 성공한 인생을 사려 깊고 사유의 훈련에 바쳐진 삶으로 보았다. 우리 입장에서 말한다면 성공한 인생은, 물론 富는 당연하고, 분명한 성취를 인정받아야 하며, 특유하게 우리 자신의 것이기에 다른 어떤 삶- 아무리 평범하다 할지라도- 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그런 삶이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운명들의 가치가 똑같지 않다는 사실로 인해 어떤 운명들은 아무 가치도 없다고 추론해야 하고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운명들은 추방해야 하는 것일까?


‘솔론‘은 이렇게 말했다. “ 한 인간이 행복했는지는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한 우리를 승리와 패배의 교착에 예속 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콜롬버스가 인도를 놓치고 아메리카를 발견했듯이 우리는 다른 것, 즉 최후의 순간까지 결코 고정되지 않는 자신만의 모험을 완수하면서 끊임없이 우리 인생을 ’실패‘하는 것이다.


모든 인생이 영광과 실추의 불가분한 혼합 속에서 성실하고, 동시에 고귀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헛된 명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필연적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하거나 실패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고, 유쾌한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비록  세속적으로는 파산했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 새겨진 위대함이나 선량함이 자리하고 있는데 비해, 훌륭한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건조함과 황량함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나는 훌륭한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나쁜 인생, 즉 내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인생이 무엇인지는 안다. 나에게 성공한 삶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말하지 말고, 당신의 삶이 당신의 실패가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시도로 변모한 것을 이야기 해다오. 부채처럼 활짝 열린 영역을 닫아버리고 가능성들을 메마르게 할 위험이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조심해야하고, 개개인을 판단 속에 가두지 않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방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도록 해야한다.


윤회이론에는 하나의 진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지상에서 우리가 여러 개의 삶을 경험할 수 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다시 시작하고 다른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요점은 당신의 삶에 대하여 “나는 체험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나는 식물처럼 살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구원받은 것도 아니고 영원한 벌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미완 속에서 어디선가’ 죽을 것이다.



2007년5월29일 아침

ㅈ ㅣ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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