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새로운 인생, 오르한 파묵

eyetalker 2007. 8. 13. 08:59
SMALL
 

새로운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4. 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8월중순이다.

휴가시즌도 다 지났다

雨氣는 계속 사위를 에워싸고 있다

비는 산속에도, 바닷가에도 공항에도 그이를 만나고 헤어지는, 손을 흔드는 그 지점에까지도, 끊어졌다 이어졌다 반복 한다

여름의 화두가 비가 된 나날이다.


파묵의 이 소설을 샀던 것은 제목대로 ‘새로운 인생’에 대한 열망과 갈구 때문이었다.  몇 달을 서가에 묻어두었다가 몇날 며칠을 걸려 겨우, 겨우 읽어 낸다. 결국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제목과 내용은 좀 다른 편이다.


‘오스만‘이 어느 날 접한 책은 그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었다. 독자로서는 사실상 그 ‘새로움‘이 별반 진중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몇날 며칠이 걸리고 마는 것이다. ’자난‘은 결국에는 삼순 출신의 의사와 결혼에 독일에 정착하고 만다는 터키식 자조? 아니면 단념 같은 결말을 들이대고 있다. 터키 중산층 대부분의 멘탈리티, 경제적의존- 독일경제권에 대한, 가 이런 식으로 표현된 것이고 그 현상은 터키사회에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현실이다. 식민지 청년이 일본의 선진문화에 탐닉하다 못해 덴노헤이카반자이를 외치다 그저 일본인이 되어버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뭐냐. 좋은게 좋은 거라는 의식의 실종 같은. 하와이가서 애 낳자고 안달을 하는 조선 산부와 그 일족의 정서 같은.


주변 상황을 대충 알아보니, 독서라는 개념은 매우 희박하다는 터키사회에서 이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한다. 터키사람들이 종이를 사면서 그 내용 까지도 같이 산다는 의식을 퍼뜨린 일등공신이 된 모양인데, 국외자로서는 별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차라리, ‘내 이름은 빨강‘ 같은 책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세상일이란 역시 알 수 없는 일 천지다.


그렇고,

근 400페이지에 이르는 전편을 통해, 가장 뜬금없는 부분 한두페이지;


p324

사랑은 항복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의 원인이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은 일종의 음악이다. 사랑과 고귀한 가슴은 동일한 것이다. 사랑은 슬픔의 시다. 사랑은 예민한 영혼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랑은 언젠가 소멸되는 것이다. 사랑은 절대로 후회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결정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사랑은 껌 한 개를 나누는 것이다. 사랑은 절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사랑은 공허한 말이다. 사랑은 신과 결합하는 것이다. 사랑은 고통이다. 사랑은 천사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다. 사랑은 눈물이다. 사랑은 전화벨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랑은 세상의 전부이다. 사랑은 영화관에서 손을 잡는 것이다. 사랑은 취하는 것이다. 사랑은 괴물이다. 사랑은 눈 멈이다. 사랑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사랑은 성스러운 침묵이다. 사랑은 노래이다. 사랑은 피부에 좋다....

사랑은 누군가를 격렬하게 안고, 그와 같은 곳에 있고 싶어 하는 그리움이다. 그를 안고, 모든 세상을 바깥에 두고자 하는 열망이다. 인간의 영혼에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자하는 그리움이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18296

LIST

'雜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락, 존 맥스웰 쿳시  (0) 2007.08.27
세계공화국으로,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  (0) 2007.08.21
바리데기, 황석영  (0) 2007.08.13
인생의 베일. 서머싯 몸.  (0) 2007.07.31
남한산성. 학고재, 김훈  (0) 2007.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