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바리데기, 황석영

eyetalker 2007. 8. 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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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창비 2007.


90년대 초, 기아에 빠진 북조선 인민 삼백만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들기도 했지만 남선 인민들은 97,8년의 금융 위기때 일부의 직장해고 사태를 제외하곤 생명을 위협받는 사태를 겪었던 적은 없다. 물론 당시에도 많은 개개인이 그 자신들의 실패를 이유삼아 약물이든, 투신이든 몇몇 방법으로 자살을 행하기도 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고,,, 그러나 이제는 모두 잊혀져있다.


국경아닌 국경의 북쪽이 그야 말로 지상의 지옥으로 변해있을 즈음의 바깥 세상은 그다지 북쪽의 사정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니 무심했다, 체계적으로 무심하였고, 그것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도,, 집단적이라 해봤자 인천항에서 쌀가마나, 비료를 실은 선박이 떠나가는 모습을 밥상머리에서 보는 뉴스를 통해 보고만 있는 것이다.


바리데기의 바리가 살고 떠나온 그 땅, 청진을 떠나 중조접경의 야산, 심양,대련을 떠난 배는 어느 듯 런던에 닿아있다. 파키스탄인 알리와 결혼하고 그 알리가 아프간의 카불까지 갔다 관타나모에 잡혀있다 겨우 석방되고 만나는 과정이 소설의 경로다. 눈물 많은 눈가를 물기에 적시어보기도 한다만, 작가나 독자인 나나 이제는 많이 늙어버린 느낌이 든다.


할머니와 칠성이에게 기댄 바리의 이야기는 조선 사람들의 서정에 그대로 닿는다. 이른 새벽이나, 야심한 시각에 장독대에 옥수 놓고 달님보고 손바닥을 비비며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외곤 하던, 가신지 오래인 할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품에 마지막으로 안기었던 적이 언제였나, 기억나지 않고 우리 삶은 이렇게 저문다.


p.223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당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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