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복 거일/북마크/2009년3월
요지음 은 거의 접할 일이 없는 시, 한국시, 영시, 일본의 단시의 서정적 느낌이 짙다. ‘서정적’일 일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 듯 해서 항상 입맛 씁쓸하기만 한 시대에 이런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알려진 작가의 것이 아니곤 불가능하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마음에 드는 시도 서너 편 나름대로 낭송해가며, 슬며시 돌아온 예전의 그 서정에 목도 조금 메어가며, 밑줄마저 그어가며, 방점까지도 찍어가며 읽어볼 수 있다. 주말 저녁의 소품이다. 적포도주 한 병쯤을 마시고 혀끝을 조금만 마비시킨 다음엔, 그 여자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
P.12 일어나 가벼운 가슴으로 나는 열린 길을 걷네, 건강하고, 자유롭고, 세상은 내 앞에 있고, 내 앞의 긴 갈색 길은 내가 고르는 곳으로 뻗고.
P22. 노 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P.32
사랑이 원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데 이바지 하도록 진화된 감정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차츰 식는다. 심리학자들은 사랑이 대개 두 해 반에서 세 해동안 간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랑이 식으면, 부부는 ‘동반자의 정’에 의지해야 한다.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을 때 동반자의 정을 가꾸지 못하면, 부부는 멀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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