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사물들, 장석주, 2013년4월, 동녘
비교적 진부한 스토리의 나열.
80,90년대 퀴퀴한 똥종이 (비난이 아니다)에 일서 해적번역판만 잔뜩 내지르던 그 동녘이 아직도 책을 내고 있다니, 정착 책을 받아보니 반가운 느낌. 내가 그간 책을 너무 등한시한 탓이다.
작가 장정일이 15,6년 전에 장장 몇 권에 이르는 독서일기를 엮어 낸 적이 있었다는 기억이 났다. 별 달리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다양한 철학자들의 주제 또는 우연히 비슷한 관념들을 현대인들의 각종 숱한 ‘사물’ 몇몇에 잇대어 붙인 가벼운 코멘타리.
‘사물’이란 뭘까? 달리 설명이 붙어 있지 않았다. 휴대폰의 다음 국어사전에 물었다.
“事物: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대상을 통털어-”
니체, 하이데거는 물론 이거니와, 들뢰즈,라캉 같은 철학자들에 이어 신진 일본사상가 사사키 아타루 같은 이들 까지 총망라되어 등장하는 통에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했으나, 그나마 롤랑 바르트니, 수잔 손탁이니 하는 몇몇 저자들도 등장하고 있어 비교적 벽이 높지는 않다. 가라타니 고진은 없었고, 김영민 같은 국내파 학자도 없다. 저자의 사물은 비교적 유럽쪽에 근원하는 것 같다.
외피적으로 가볍고 ( 전편을 읽어보면 저자의 내면은 무척 무거울 것이 확실하다는 것은 독자라면 다 알 수 있으되), 전반적으로 진부하다고 느낀 이유는 신용카드니 부채니 하는 자본가들의 음모론의 영역을 훌쩍 벗어나 버린 현상을 굳이 강력히 주제삼은 것과 – 카드는 휴대폰과 같이 우리의 삶에는 쌀과 물처럼(밥이 되려면), 아니면 술과 안주( 취하면서 배도 불러야 한다면?)처럼 필수불가결의 동반장치가 되어 있으므로, 부채가 되든 자본이 되든 알아 이용해야만 한다. 칼이 있으므로 인간이 살인의 유혹에, 음모에 휘말린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나 같은 상황이다. 이제- 육식의 종말, 담배, 수염 기르기 같은 이미 누군가들에 의해 수만 번은 다뤄져 온, 잡다한 사물들을 ‘굳이’ 집어넣고, 하수도나 종말처리장, 쓰레기하치장 같은 것들처럼- 이 것이 다는 아니다만- 우리의 발밑에 깔려, 형체가 숨어 있되, 현대인의 삶에 보다 중중차차대한 생각거리는 (그런 것은 없어도 된다는 듯, 아니면 생각하지 않음으로 종종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냄새가 나기 때문인 지 밀쳐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문명의 연명은 이 같은 파묻혀 있는 사물들에 더욱 의존적인 것 같아 보인다만..
‘철학자의 사물들’ 이라는 제목에 고상한 기대를 걸었던 것이 잘못이라고 해야하나..
사상가는 아니므로 더 구체적으로 논구할 여력은 없으나. 그 만큼 카드부채는 조금 더 늘어난 것은 맞다.
2013.6월 戰線(장마)이 다가오는 일요일 夜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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