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간결하게

eyetalker 2005. 11. 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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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체는 감초다/ 장하늘

간결체를 이루게 하는 주된 방법은
①짧게
②이음말은 적게
③군더더기 깎기
④이름붙이기 등이다.

“여자의 매력은 태반이 속임수다. (왜냐면) 우선은 끌고 봐야 수지가 맞기 때문이다”에서 ‘왜냐면’을 빼어 보라.

“사랑엔 계산서가 필요없다. (그러니) 영수증도 필요없다. (곧) 완전 신용거래다.” 여기서 이음말을 빼고 읽으면 가슴팍으로 바투 다가온다. 이음말을 넣으면 논리적 문장이 되어 딱딱하다.

△여당·야당이 제시한 액수가 엄청나게 차이진다 → 여·야가 보인 액수가 팔팔결이다.

이름붙이기의 보람이다.

간결체 소설가는 오영수·황순원씨 들이요, 칼럼가는 오소백·석지명·이상헌·이시형씨 들이요, 수필가는 윤오영·김소운·피천득씨 들이다.

냉혹함(하드보일드, 헤밍웨이·카뮈)만이 능사는 아니나, 때로는 잔정을 깎은 그 너머의, 눈물도 메말라버리는 절벽 앞에 심장을 칼질하는 작자의 곡성이 행간에 일렁이는 표현도 배울 일이다.

이호철씨가 황순원 선생한테서 추천을 받을 때, 일곱번이나 고쳐 썼다. ‘노인과 바다’(헤밍웨이)는 400번, ‘대동여지도’(김정호)는 30년 발로 뛰며 고쳐썼다.

체호프의 말이다. “쓰는 기술, 그것은 줄임질하는 깜냥이다.” 글꾼들이여! 붓을 두 자루 가지고 쓰라. 하나는 쓰기 위한 것, 하나는 깎기 위한 것이다.

고전이란, 세월의 파도에 할퀴이다 남은 옥돌이고, 간결은 그 옥돌의 무게일까

장하늘/ 문장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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