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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규님의 글을 읽고서는 흥미있을 것 같아, ‘마왕퇴의 귀부인’을 사서 읽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저자 ‘웨난’의 책들이 벌써 많이 나와
있더군요. ‘법문사의 비밀’,’구룡배의 전설’ 같은 책들 말입니다. 그의 책, 거의 모두가 유적의 발굴과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불과
50년-100년전에, 중국에서 재현된 춘추전국시대와 버금가는 ‘군벌시대’, 중국혁명, 문혁당시의 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뒤섞어서 전개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왕퇴의 경우는 ‘춘추전국’ 과 ‘삼국지’ 사이에 끼인 진,한시대가 배경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덤의 주인이 살던 시기는 유비와 장비,관우가 복숭아를 따먹으며 놀던 시기보다 한참 전이라는 이야기죠. 오히려, 불노초를 찾아헤메던 진시황과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마왕퇴’의 귀부인은 시기적으로 진시황의 폭정을 배경으로 일어난 유방과 항우의 쟁패와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고, 발굴된 귀부인의 남편이라고 알려진 이창도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역발산 기개세’의 항우가 유방에게 지고, 유방이 ‘한고조’가 되면서 그 쪽도 당연히 나중엔 ‘한’조의 신하가 되었겠고 따라서, 이창은 한나라 초기의 장사지방의 거부토호였다는 것이죠.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토록 거대하고, 정교하게 준비된 장례와 부장품을 감안 하면, 이 모든 이벤트가 오래전부터 계획되고 착착 준비해왔었던 것이라는 저자의 가설에서 유추해 볼 때, 2000년뒤의 이 완벽한 데뷰는 발굴된 귀부인 그 자신이 생전에 꾸며온 것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득한 그 옜날 중국 한쪽 구석에서 살던, 조그만 키의 여인이 언젠가 자신이 죽은 모습으로 후세에 나타날 가능성을 확실히 다짐하기 위해서 이 모든 일을 꾸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빙긋 웃는 영악한 노부인이 눈 앞에 떠오릅니다.
물론 이건 엉뚱한 상상에 불과하겟죠. 그 당시, 사람들은 죽으면 천당이든 극락이든 어디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겠지요? ‘승천’ 말입니다. 부장품으로 나온 그림에도 그런 것이 있고, 이 책에서도 당시 사람들의 사후에 대한 믿음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만, 그림과 서책이 반드시 당대 사람들이 믿는 바를 한치 틀림없이 나타내는 것인 지, 아니면, 실제로는 죽으면 썩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혹시, 하늘로 갈 지도 모른 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죽어갔는 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2000년 이상된 유체에 방부액을 주입할 때, 혈관이 부풀어 오르면서 방부액이 퍼져나가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사체의 위에서 소화되다 남은 참외씨를 꺼내 심고, 물을 주며 열매를 맛볼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키워 볼려고 애쓰는 발굴자의 뒷이야기도 흥미진진하더군요. 얼마나 생생했으면 그런 생각을 했겠느냐는 것입니다. 참외씨는 결국 효소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 자라나지는 못하였으나 작은 싹이 나기는 했다고 합니다.
발굴의 과정에서부터 종결, 그 후일담에 까지 얽혀들어가 있는 ‘문혁’이라는 정치적 조류가 일으키는 풍파는 마치 우리가 ‘제3공화국 비사’를 읽는 것 처럼 긴장감과 현실감을 더해줍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아마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것 같습니다.
역시,책을 읽는다는 것은 끝이 없는 여행 길입니다. 죽을 때는 무슨 책을 가지고 갈겁니까?
[2002-10-16]
마왕퇴의 경우는 ‘춘추전국’ 과 ‘삼국지’ 사이에 끼인 진,한시대가 배경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덤의 주인이 살던 시기는 유비와 장비,관우가 복숭아를 따먹으며 놀던 시기보다 한참 전이라는 이야기죠. 오히려, 불노초를 찾아헤메던 진시황과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마왕퇴’의 귀부인은 시기적으로 진시황의 폭정을 배경으로 일어난 유방과 항우의 쟁패와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고, 발굴된 귀부인의 남편이라고 알려진 이창도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역발산 기개세’의 항우가 유방에게 지고, 유방이 ‘한고조’가 되면서 그 쪽도 당연히 나중엔 ‘한’조의 신하가 되었겠고 따라서, 이창은 한나라 초기의 장사지방의 거부토호였다는 것이죠.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토록 거대하고, 정교하게 준비된 장례와 부장품을 감안 하면, 이 모든 이벤트가 오래전부터 계획되고 착착 준비해왔었던 것이라는 저자의 가설에서 유추해 볼 때, 2000년뒤의 이 완벽한 데뷰는 발굴된 귀부인 그 자신이 생전에 꾸며온 것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득한 그 옜날 중국 한쪽 구석에서 살던, 조그만 키의 여인이 언젠가 자신이 죽은 모습으로 후세에 나타날 가능성을 확실히 다짐하기 위해서 이 모든 일을 꾸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빙긋 웃는 영악한 노부인이 눈 앞에 떠오릅니다.
물론 이건 엉뚱한 상상에 불과하겟죠. 그 당시, 사람들은 죽으면 천당이든 극락이든 어디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겠지요? ‘승천’ 말입니다. 부장품으로 나온 그림에도 그런 것이 있고, 이 책에서도 당시 사람들의 사후에 대한 믿음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만, 그림과 서책이 반드시 당대 사람들이 믿는 바를 한치 틀림없이 나타내는 것인 지, 아니면, 실제로는 죽으면 썩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혹시, 하늘로 갈 지도 모른 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죽어갔는 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2000년 이상된 유체에 방부액을 주입할 때, 혈관이 부풀어 오르면서 방부액이 퍼져나가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사체의 위에서 소화되다 남은 참외씨를 꺼내 심고, 물을 주며 열매를 맛볼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키워 볼려고 애쓰는 발굴자의 뒷이야기도 흥미진진하더군요. 얼마나 생생했으면 그런 생각을 했겠느냐는 것입니다. 참외씨는 결국 효소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 자라나지는 못하였으나 작은 싹이 나기는 했다고 합니다.
발굴의 과정에서부터 종결, 그 후일담에 까지 얽혀들어가 있는 ‘문혁’이라는 정치적 조류가 일으키는 풍파는 마치 우리가 ‘제3공화국 비사’를 읽는 것 처럼 긴장감과 현실감을 더해줍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아마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것 같습니다.
역시,책을 읽는다는 것은 끝이 없는 여행 길입니다. 죽을 때는 무슨 책을 가지고 갈겁니까?
[200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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