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맹자가 살아있다면

eyetalker 2005. 11. 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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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10분쯤에 KBS FM을 들으면 매일 ‘책마을 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마침 딱 퇴근 시간쯤이라 지난 겨울의 방송 초기부터 줄곧 들어왔고 소개되는 책들이나 출연하는 저자들과의 대담을 무척 기다려하며 들어왔다. 자동차안에서 듣다가 보면 9시가 되고 그쯤에 집에 도착하는 타이밍이 형성되니 나한테는 딱 맞는 시간대였던 것 같다. 요즘은 출퇴근의 교통수단이 자전거+지하철로 바뀌어있으므로 지금의 퇴근시간은 라디오청취시간에서 독서시간으로 바뀌어져 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은 셈이다.)

작가들과의 대담을 듣다보면 그 말씀이 몹시 경박하게 들리는 작가들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나는 작가 李 모씨를 대단히 싫어하게 되었다. 그를 직접 본 적조차 없건만, 서점에서 그의 저작물을 볼 때마다, 라디오 대담을 통해서 느껴진 그의 그 경박감 때문에 나는 그의 책을 슬그머니 피하게 되는 것이다. 라디오 같은 전자제품이라면 ‘경박단소’한 외양이 좋았을 지 모르지만, 이 쪽은 분명히 다르지 않은가.

한번은 그 대담에서 작가 ‘윤대녕’의 신작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 데, 나는 그 대담의 내용에 기대어 그의 여행수필집 같은 것을 사 읽게 되었다. ‘내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인가 하는 제명이었는 데, 내용은 책 제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은 아마 나의 나이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그정도는 새피하게 보게된 나의 나이가 문제인지 아니면 작가의 역량부족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그 정도라면…. 하고 잠시 생각한 적은 있다.

박완서씨의 경우는 그와 달랐다. 박완서씨의 초기 작품인 ‘나목’은 내가 중학교 다닐 떄쯤 읽은 것 같은 데도 아직 기억이 나는 작품이고, 이 방송에서의 대담을 듣고 읽은 근작인 ‘아주 오래된 농담’은 마치 오랜 친구로부터의 편지를 한 무더기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내가 박완서 씨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 방송을 계기로 또 읽게된 책은 소설가 조성기씨의 ‘ 맹자가 살아 있다면’ 이라는 책이다. 조성기씨는 올해 51세가 된 것 같은 데, 사실 이책은 30대 후반에 벌써 출판이 되었던 것을 동아일보사에서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내용의 핵심은 맹자의 핵심사상인 王道政治,無恒産 無恒心,性善說등이 2500년후를 사는 우리가 읽어도 수긍이 간다는 점이다. 오히려, 현대의 북새통속에서 자라오면서, 교육받으면서도 깨닫지 못한 진실을 슬며시 드러내듯 깨우쳐 주고 있음은 경이로울 지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칼이나 몽둥이로 사람을 때려 죽이는 거나 정치로 죽이는 거나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라는 말을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저자의 흉악범은 돌멩이로 때려 죽일 천하의 무도한 놈이라고 ‘반드시’ 생각하게 되지만, 정치를 제대로 못해서 나라 경제가 피폐해지고, 수많은 실업자가 생기고, 개중엔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는 경우, 그 ‘위정자’에 대해서 사람을 죽인 살인마에 대해서 만큼의 적의는 느끼지 않는 법이다. 물론, 반드시 똑 같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정치를 하는 자’들은 그것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억지로라도 각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거짓말 같이, 인류는 수천년전의 그들과 비교해서그 본성이나 사회상이 별로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그런 깨달음 위에서라면, 맹자가 말하는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도 틀릴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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