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소망없는 불행. 페터 한트케

eyetalker 2005. 11. 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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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없는 불행, 페터 한트케

‘긴 이별 짧은 편지‘란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는 지?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는 아마 본 적이 있겠지? 난 보지는 않았지만 연극 ‘관객모독’의 작가, 페터 한트케의 작품.

한트케의 어머니는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 히틀러에 의해 독일에 합병된 오스트리아 여자다. 노년이 불러온 각종 병증에 시달리던 노년의 어느날 밤, 그녀는 차고있던 노인용 기저귀에 팬티 두개를 더 껴입고는 갖고 있던 수면제, 신경안정제를 모두 벌컥벌컥 들이키고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됨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물론 이미오래전에 남편도 죽고 정성한 자녀들도 다 떠나간 후, 그녀만의 고독한 생을 영위하면서 병원을 드나들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의 밤에.

‘소망없는 불행’이란 제목이 영 와닿지는 않으나, 이야기는 한 여자의, 한 어머니의 인생역정에 관한 것이다. 2차대전전 오스트리아의 어느 마을, 어린시절 맑고 똑똑하던 소녀. 전쟁이 발발하고 마을에 진주한 유부남 독일장교와의 사랑과 임신. 전쟁이 끝나고 그는 그의 가정으로 귀환하고. 누구의 아이든 상관없이 자기가 키울 수 있다며 구혼한 하사관출신의 청년과 결혼하는 어머니. 전후의 피폐속, 하루하루의 양식조차 구하기 힘든 삶의 절망속을 헤쳐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그 정도는 다를지 모르나 나, 우리의 어머니가 걸어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긴 인생에서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그 짦은 잠시가 지난 후, 기나긴 희생 끝에 남은 고독과 질병. 그것이 ‘어머니‘라는 존재의 운명일까.

어머니의 고독을 방치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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