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다.
스포츠 서울에서 주최하는 마라톤을 뛰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하프'였지만. 힘들긴 마찬가지다.
Runner's Hi란게 있다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고통을 뛰어넘기는.
넘실대는 한강물을 쳐다보다, 주로 변의 가로수에서
낙하 하는 낙엽을 보기도 하다. 그럭저럭 달렸다.
인간사회의 친소관계란게 아마, 경험적이기 보다는 직관적인 면에
보다더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마도 수생동물시절의 DNA가 아직도
삶과 죽음의 경계 라는 것이 관계의 친소에 따라 너무 쉽게 결정되던
기억의 중첩이 낳은 진화때문인 지를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사악함은 어디 정도인지. 타인에게 명백한 물리적, 심리적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그저 편하게 살랑거리며 생을 이어가면 되는 것
인지.
다니엘 디포의 "몰 플랜더스"의 종장에서 처럼 한 때의 죄악은 그저
빠져 나올 수 만 있으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마뉴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가
망명지 멕시코에서 저술한 소설이다. 소설속의 영화이야기,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학술적 논고의 각주형식 삽입이라는 대단히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있다.
좌파혁명과 우파부르주아지 독재라는 그물에 갇힌 사회체제속에서
주인공이자 화자의 역할을 맡은 '몰리나' (미성년자와의 정사로 구속수감)
와 부유한 가정출신의 반체제 운동가, 게릴라, '발렌틴'은 정보기관의 책략
으로 한 방에 갇힌 채 동성애에 빠지고 만다.
한편 소설속의 영화이야기는 대단히 기이한 러브스토리의 단편들
이다. 물론 현실속의 영화이야기도 있고 현실에는 없는 허구적
영화이야기도 혼재한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의 도망지로 베라크루스
가 등장한다.
"내 사랑이여, 나는 당신과 다시 대화를 합니다. 밤은 적막하고, 나는
당신과 대화를 합니다. 당신도 역시 이 순간에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낭만적 노랫가락과 "신경쇠약에 관한 정신분석론", "본능의 변화에 관하여"
'나르시시즘에 관하여" 같은 장문의 각주가 등장한다. 교육학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해본 사람들은 아주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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