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비명을 찾아서, 복거일

eyetalker 2007. 3. 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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碑銘을 찾아서. 복거일.1987년 문학과 지성사 刊.

京城, 쇼우와 62년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복거일 씨의 처녀작이다.


1987년, 서대문 굴레방다리 근처 광화문,서소문,마포,중림동으로 갈라지는 교차로.

주황색 고층건물속의 어느 회사 신입사원 시절,  발표되자마자 이 책을 사 읽고 그 이야기를 당시의 상사 - 부장 이었던가 - 에게 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다. 식민지시대의 연장을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고 기분 더럽다는 것이었다. 문학은 이토록 모진대접을 받고 있다.


그 후 이 소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20년이 지난, 2007년,3월 경주역 옆의 한 헌책방에 들렀다, 열차시간을 기다리다. 아주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참고로 쇼우와(昭和) 62년은 1987년이다.

1988년에 그는 죽었고, 헤이세이(平成)는 1989년이 1년이고, 2007년은 헤이세이 19년이다.


재미삼아, 日王 쇼우와의 사진을 첨부한다. (출처:cafe.daum.net/562asp) 백제인의 얼굴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는 백제인이고, 1932년, 상해 홍구공원에서 죽은 당시 상해 방면군 총사령관 ‘시라카와’(白川義則)는 경주에서 일본으로 갔던 고대 신라인의 자손이다. 윤봉길의사는 충남 예산분이니, 1,300년전 백제 패망의 한을 상해에서 신라출신 일본장군을 폭살시킨 것으로 한을 푼 것이 된다. 사실, 당시의 왜는 백제를 도와 나당연합군과 싸웠는데. (白江에서)



각설하고,


대체소설(Altanative Novel)로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놓고, If...조건절의 소설이다.


if....815해방은 없었다. 미군과 노군의 진주도 없었다면...


1987년, 반도는 여전히 일제강점치하다. 중국대륙은 황하를 두고 南은 중화민국, 北은 중화인민공화국, 만주는 일본 괴뢰국 만주국이 지배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여전히 內地(일본본토)와 半島로 나뉘어져 차별적 취급을 받는 이등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존에 급급하고있다. 1910년이후 77년, 조선어는 사멸된 지 오래다. 조선과 관련된 모든 것은 사상범죄가 된다. 장모의 사망을 기하여 원산으로간 그는 우연히 들른 절에서 초면의 고승으로부터 만해의 서적을 물려받고 조선어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미국기업과의 합작을 위해 내지-일본으로 들어간 그는 도서관에서 조선관련 자료를 입수하고 비밀리에 경성으로 들어오다 일본경찰에 피체, 투옥된다. 그 사이 그의 아내는 일본특무경찰에 유린된다. 와중에 특무를 살해한 그는 만주를 경유, 아직 ‘상해’에 있다고 알려진 임시정부를 향하여 탈출을 결행한다는 이야기다.


527페이지에 이르는 매우 긴 소설이다. 주제는 삼엄하지만 내용은 그 삼엄의 정도를 못 미친다. 중반이후로는 약발이 떨어져 코믹한 느낌마저 갖게하는 것이 이 소설의 결정적 약점이다.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의 의미심장한 구절들을 자주 인용하고 있는데, 그레이엄 그린을 닮고자 노력한 것 같아 보인다. 물론 그린은 월등히 출중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내가 작가라면 다시 고쳐 쓸 필요를 느낄 것 같다. 바탕이 워낙 탁월한 소설이므로 더 손질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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