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재구성, 세상의 칠판에서 관계 방정식 열두 개를 풀다. 하지현/궁리
책표지는 마리 로랑생의 ‘예술가 그룹’그림을 담고 있는데 우측하의 여인이 꼭 최승희를 연상시키는 것은 최근 20-30년대 식민지 조선시대의 풍속서를 읽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소개중;
…영화를 보면서도 인간관계와 무의식의 틀로 분석하기에 이르렀다….건국대 의대교수.
인간관계, 심리,의식,무의식의 관계와 행태를 영화와 책의 플롯에 비춰 풀고 있다. 획기적이지 않은 점이 문제이긴 하나 비교적 장래성이 있다. 앞으로는 과거와 경험의 해석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사회와는 확연히 달라질 가까운 사회적 미래의 추정, 그 아래, 지금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앞으로는 보다 만연하게 될 관계들을 많이 예측해주기를 바라게 된다.
P5. 세상에서 숨을 쉬기 시작하여, 거둘 때까지 사람은 자란다고 나는 믿는다. 비록 육체의 성장은 대략 스무 살을 정점으로 멈추고, 중년을 지나 노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지만 마음만은 끊임없이 자라나는 것이라고,,,,
P.7 내상을 입고 성장을 멈춘 것도 관계 때문이고, 다시 움직여 성장을 재개할 동력을 얻는 것도 관계를 통해서 가능하다. 내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대가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이고, 그 사람의 내면을 향해 나의 존재를 쏘는 것이기도 하다.
P17 주위 사람들에게 인생을 헛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그 동안 해온 일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때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이가 ‘정작 다급하고 함들 때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 했을 때”라고 답했다.
P32 신뢰의 부재는 사람을 피해의식으로 곤두서게 만드는가 하면, 외부와의 관계의 문을 닫고 자기 자신에게만 과도한 투자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 재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외부세계와 교신을 하면서 교정하고 고쳐나간다.
P33 병적인 자기애란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불신에서 시작해서, 결국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경계심 속에 방어막을 쌓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성적 설득에 의해서는 변화되지 않는다. 진정한 인간관계를 몸소 느껴볼 수 있도록 두꺼운 이성의 벽을 녹여야 한다.
P34 인간은 변화의 동물이요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그렇기에 인생이 살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믿을 수 없다 해도 내가 나 자신을 믿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리고 어릴 때 받은 상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지울 수 없는 것이니 남은 인생을 포기한다 선언하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해도 말이다,
P 37 프로이트가 인간의 근본적 충동은 쾌락을 쫓고 그것에 만족하려는 욕구라고 설명했다면, 1940년대 영국의 정신분석가 페어베언은 인간의 근본적 충동은 누군가 중요한 대상을 찾는 것이라 했다.
P68 부모의 죽음, 그리고 친척의 손에서 자라다가 어느 날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며,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결국 아버지를 죽인 악의 화신을 꺽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큰 플롯은 <스타워즈>와 동일하다. 거기에 요다와 오비완이 있듯이 해라에게는 덤블도어 교장이, 레이아와 한 솔로가 함상 함께했듯이 론과 헤르미온느가 해라와 함께한다…
P73 프로이트는 우리의 인생사는 우연한 일이 없다고 했다. 우리의 모든 행동과 생각은 표면적으로보면 우연히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 표층을 설펴보면 모두 나름대로의 무의식적 충동과 자아방어와 같은 정교한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P82 두 번째 모퉁이에서 오른 편으로 꺽어진 다음 아침이 될 때까지 날아가면 되는 그 곳으로..
P97 일단 사회생활을 시작한 다음에도 사춘기는 온다. 사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을 형성하는 과정에 한번은 격게되는 홍역과 같다… 이게 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 많은 젊은이들이 20대후반, 30대 초반에 첫직쟁생활에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베낭여행을 떠나거나, 새로 공부를 시작하는 심리는 바로 ‘사회인 사춘기’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P98 인간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발달을 해야하는 존재다. 그 발달의 길 한 모퉁이에 머무르기보다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용기,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는 만용도 때로는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은 채 as if 애 대해 상상하기보다는 최소한 한번은 저질러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P118 융은 사람들이 세상에 비치는 겉모습을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라고 불렀다. 그래서 사회적인 자아에 매몰되거나 본질적인 자와와 동떨어진 주어진 삶에 �춰 사느라고 헉헉거릴 때 지아치게 페르소나에 얽매어 있다고 하기도 한다.
P 166 우정은 섹스없는 연애다,
P168 평론가 김현은 ‘행복한 책읽기’에서 우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좋은 친구가 놀라운 것은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진정한 의미의 친구란 아무 말없이 오랫동안 같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P171 왜 나는 진정한 친구가 없지?라고 한탄하고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에서 친구 사귀기는 시작된다… 지금부터 사귀기 시작한 친구가 바로 당신의 남은 일생을 함께해줄 동반작 될 수도 있고, 지금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아 확장의 스위치를 켜 줄 지도 모른다.
P176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남의 것이던 심장을 받아들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매일먹어야한다. 마찬가지로 부부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이식거부라는 파국을 면하기 위해 끊임없이 면역억제제를 투여해야 하는 관계이다. 즉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은 그 만큼 힘든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커다란 도전이요 성취라 할 수 있다.
P179 결혼을 유지하는 과정 또한 자존심과 자존심의 만남과 부딪힘의 연속이다
P 182 제이콥슨의 이론은 결혼이란 어려운 관계에 대해 한가지 통찰을 던져준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융합에 대한 환상이다. 둘의 융합은 무척 바라는 바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온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공격성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맞는 말도 틀리게 들리고, 받아들여야 할 의견도 꼬투리를 잡아 거부한다. 그래야 나와 남사이의 경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상처받고 그 갈등으로 좌절하지만 그래야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란 그런 면에서 ‘하나가 되고픈 욕망’과 ‘ 내 자존심과 정체성을 오롯이 지키고픈 본능’사이의 진자운동이다. 그러니 둘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문제는 방어적 공격성이 너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올 때이다. 다듬어 지지 않은 거친 공격성은 나를 지키는 호신기능을 갖는 은장도가 아닌 상대방의 피를 부르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P184 한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위험한 충동에 빠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혹한 죄의식을 느끼며 욕망의 두껑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일부는 대책없이 이 죄의식을 마취시키며…
P 208 여자들은 보통 내가 뭔가 해줄게 많이 남아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도움을 원하는 남자를 찾아내 필요한 것을 주고자 한다. .. 그런 관계안에서 도움을 주며 역할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자기 실현을 하기도 한다.
P 210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모성본능을 자극하여 애착행동을 보이는 것은 뇌 속의 옥시토신과 관련되어있다. …인간의 경우도 출산을 하고 나면 옥시토신을 많이 분비한다. 옥시토신의 증가는 돌봄행동에 집주하도록 유도한다. 섹스를 하고 난 다음에도 남자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증가한다. 그런면에서 보면 섹스라는 것이 반드시 즐거움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섹스란 종족보존을 위한 행위이자, 이로 인해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해줄 대상을 돌봐줄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 235 이런 저런 이유로 중년은 제2의 사춘기라 불린다. 융은 중년을 인생의 정오(noon of life)라고 불렀다. 그만큼 인생의 절정이 될 수 있는 시기이다.
P243 중년은 끝이 아니다. 끝을 향한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P 245 .. 벌어놓은 돈으로 포르셰를 사고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젊은 여자와 재혼하는 것이 새로운 인생은 아니다
P253 한국인이 원하는 궁극의 커뮤니케이션은 이심전심과 염화시중의 미소로 텔레파시 통하듯 오고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P269 정신분열증 증상중 관계사고(idea of reference) 라는 것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같고, 친구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친구가 어느새 내 생각을 꿰뚫고 앞질러서 말을 거는 것 같은…
P 271 인간은 누구나 자발적인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연고를 바르고 항생제를 먹지 않더라도 어느 수준의 상처는 면역능력으로 치유되는 것이다. 감정도 그렇다. 감정의 채널링이 막히면 악취가 나기 시작하고 맴돌면서 마음의 벽에 상처를 낸다. 그 답답함과 벽이 조금씩 약해져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진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하면 채널이 다시 열리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남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랄 뿐 먼저 문을 열 용기를 내지는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아픔의 경험을 토로할 뿐이다. 자기를 이해해 달라고. ‘마음 열어 사랑을 해줘’라고 절규할 뿐이다.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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