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믿다. 권 여선. 2008 이상문학상 작품집.
여름이다. 초짜가 붙어야겠지만..아직은. 덥다. 번화한 몰의 서점에 갔다가 2009년 이상문학상작품집- 이건 몇 달 전에 산 것이다.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만- 그 옆에, 2008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보고 주어 들었다. 주인이 누구인지 쎈스가 빤스다. 대단한 발상. 나라면, 2009년이 나왔으니 2008년은 어디 갖다 쑤셔 박아버려야 할 것 같은데. 용케도 깔끔하게 닦아서 진열해 둔 것이다.
운이 좋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만)을 외치’는 일본 소설들보다 훨씬 나은 단편이다. 중편이나, 장편이었다면 더 좋았겠으나… 아마 이 작가의 상상력으로는 이런 초미묘하고, 초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장편으로 이끌고 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엉망이 되어버릴 공산이 커다. 그렇다고 작가를 구체적으로 비난하는 건 아니다. 단편이 너무 좋다는 사실을 표현하자고 약간 비틀어본 것일 뿐이다. 안동 권씨니까 안동쏘주까지 등장시킨 것은 아닐까? 라는 턱도 없는, 의심이 의심에 꼬리를 무는 식의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해본 것 뿐. (사실 나는 작가의 본은 모른다. 안동에서 태어난 권씨가 모두 안동 권씨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고…
나레이터를 35세 남자로 설정하고 말과 발상은 ‘젊은 느티나무’에 나오는 여고생처럼 하게 한 것은 잘못이다. 여고생이 단골 술집에 가서 안주로 나온 찬을 반주 삼아 술을 먹으며 부지간에 지나간 옛사랑의 기억을 반추한다는 건 요즘의 한국 영화의 소재로나 써 먹을 법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진정, 대한의 35세 남자라면, 금번의 코스피 랠리를 지켜보면서, 작년 가을의 대폭락기에 대책없이 날린 (것도 대부분 마이너스 통장으로 빼내 쓴 ) 기 천만원의 돈 생각이 겹쳐 단골술집에 들러 쓰디쓴 오리지날 진로를 막 퍼마시고 있어야 하는데…(안주도 없이.)
그렇고..
내용이 궁금하면 사 읽어보도록. .
p. 14
콧날 끝에서 윗입술에 이르는 인중선이 깍은 듯 단정해 과녁처럼 시선의 포인트가 잡혔다는 것…
P 15
얼굴빛이 어두워 볼이 약간 부어 동남아 여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 이상 문학상에 값 할 단어. ‘얼골’이라고 해야 되었는데..)
p. 20
..맥주에 안동소주를 섞자는 거였다..
*(brilliant..)
p.23
..친구는 갑자기 국그릇 위로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 (압권)
p.40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작은 노랫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여자의 새된 노래에 혹한 내 귀의 어두움에서 비롯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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