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eyetalker 2005. 11. 21. 13:24
SMALL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1947년생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 작품.

남미소설의 미신적, 신비적 서술양상은 변함없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처럼 남미문학은 스페인어의 마술에 걸린 듯 진지함을 무시하는 낙천적 황당성을 본성으로 하고 있나보다.

브라질 출신 소설가가 동유럽을 배경으로 하여 쓴 소설이다. 집안 식구 누군가가 골라온 것을 읽었다. 동유럽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라냐에 사는 24세의 도서관 사서 베로니카는 다량 수면제로 자살을 기도한 후 빌라트라는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나중에 젊은 남자 정신분열증 환자와 탈출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약간 우습게도, 소설의 중간쯤에서야 우리는 이 소설이 현대인의 속박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처음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한 처녀의 갇힌 욕구와 욕망의 해방. 구속된 자아의 발현은 묘하게도, 어느 달밤, 피아노옆에선 무감각한 정신분열증 청년앞에서 나신의 거리낌없는 성적표현이라는 방식을 통하고 있다. 그리고...주인공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그렇다.)

요는, 고착된 환경속에서 부품화된채 살아가는 개인이 문득 문득 느끼는 낮선 심적부담의 근저에, 결국엔 성적억압과 억제라는 요인이 독버섯마냥 도사리고 있는 탓이고, 해결책은 당연히 뿌리를 땅위로 내놓고 바람을 호흡하라. 이말. 그걸 모르는 사람있나. 지상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필부필부가 어느날 그의 전 존재를 걸고 카밍아웃을 선언한다? 배째라!. 아마, 사람들이 우루루 떼를 지어 칼을 들고 뛰어나올걸. 사로잡힌 영혼들에겐 무리한 요구다.

코엘료는 젊은 시절에 잠시 정신병원에 수용된 적이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삼아 이 소설을 구상한 것이란다. 특이성이 없다. 독료후의 각성도 없다. 다작의 말로는 휴지통이다.

바보와 그 바보의 돈은 빨리 헤어진다.

2004 늦여름
ㅈㅣㄴ


LIST

'雜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괴테.  (0) 2005.11.21
벌거벗은 여자. 데스몬드 모리스  (0) 2005.11.21
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0) 2005.11.21
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  (0) 2005.11.21
순정. 성석제  (0) 200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