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게도 제대로 된 중국 현대 소설을 읽었고 제대로 된 듯한 작가를 알게되다.
1963년 생, 蘇童.. "이제 막 깨어난 아이"란 필명인가 보다.
한 권은 중단편소설집 "이혼지침서"(한글 번역판)
또 다른 한권은 "쌀"(Rice로 영역된 것)
한역된 이혼지침서나 영역된 Rice나 그 문장의 유려함에 찬사를 아낄 수 없다.
중단편집'이혼지침서' 는 영화 '홍등'의 원작소설인 '처첩성군'이 포함되어있다.
'이혼지침서'의 내용은 우리사회의 울타리내에서도 자주 일견하게되는 그 상황.
남자는 여자외의 삶에 흥미를 잃었다. 대학생인 젊은 여자는 신세대답게, 찔찔거리며 매달리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혼은 쉽지 않다. 이혼후의 결합도 쉽지 않다.
현대 중국은 이혼문제에 관한한 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발앞선 사회이므로 이혼문제 그 자체
를 다룬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내면을 다룬 소설로 보인다. 주인공은 너나 나나 주변의 우리
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읽다보면 중국의 삶이 풍기는 특유한 사회의 냄새를 체취수준으로 맡아볼 수 있
다. 킁..킁..할 정도로.
다른 장편 소설인 '쌀'은 완전히 다른 시대,상황을 설정하고 있는 기괴한 작품.
일제의 대륙침략기를 일부의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고, 조계지였던 그 파란만장한 시절
의 상하이를 거리적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둔 어떤 중소도회가 공간적 배경이다.
주인공 '오룡'(영역본에는 Woo Ryung쯤으로 번역하지 않고 Five Dragons로 명명해두고 있다.)
은 중국 북부 깡촌에서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태어나 자라다 마을이 홍수에 휩쓸리자 남방을
향하여 달리는 석탄차에 올라타고 사나흘을 굶으며 달린 끝에 이 도시에 내린다.
한밤중이다. 부두에 도달한 그는 부두를 중심으로 화물을 강탈하며 먹고사는 범죄조직의
중간두목 '아바오'에게 실컷 두드려맞고 버려진다.
촌놈답게, 그에게 있어 쌀은 운명적으로 욕구=욕망=욕심 그 자체가 된다.
오룡은 처음엔 육사의 버림받은 큰딸과 관계를 가지고 그 다음엔 펑일가의 둘째와 결혼하며 살게
되지만 쌀에 대한 괴기스런 탐욕, 부두의 범죄자로서의 잔인무도함을 삶의 한 성취로 일구어가면
서 펑일가또한 그 자손들 모두 포함하여 괴기한 인간군상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중국의 현대문학에서 일제침탈기의 중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무수한 소설,영화등이 있지만 단
연 발군의 작품이라고 말할 만하다.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내가 보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만한 중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책들을 들면
Stella Dong의 Shanghai
장륭의 Wild Swans
물론 더 좋은 책들도 많이 있지만
이 소설에 딱 덧붙여 읽기로는 그렇다.
ㅈ ㅣ ㄴ
2006.6.29
서울에서 이혼지침서를 읽고 그 다음주에 방콕으로 출장을 갔다.
오는 길에 돈 무앙공항의 서적 판매대를 기웃거리다 Rice를 발견했다.
혹시해서 살펴본 작가 이름은 Su Tong. 횡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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