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빛의 도시, 야콥 단코나

eyetalker 2006. 9. 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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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도시, 야콥 단코나.


2000년8월18일 종로서적에서 샀다 (지금은 망해버렸지만). 소설가 김영하의 근작

“빛의 帝國”을 읽고난 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입을 행구는 기분으로.

왜 그런 기분 있지 않은가.


1270년~1273년까지 야콥 단코나는 아드리아해에 접한 그의 안코나港 을 출발,

다마스쿠스, 구자라트, 자바를 지나 포모사의 대안, 南宋기의 “짜이툰“에

도달한다.


p. 10


유대인 학자이자 상인이었던 야콥 단코나가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

보다 몇 년 앞서 극동지방을 방문하고 여행과정과 체험한 사건들을 상세한 기록

으로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특히 몽골 정복군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던

중국 남부의 도시 “짜이툰”(刺桐)이 겪는 온갖 어려움에 대한 충격적인

묘사는 ...“


p.19

중세에 인도와 중국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슬람교도 여행가 겸 작가의 수도 많다.

그 중에 야콥 단코나의 동시대인으로 유대인이었으나 이슬람교로 개종한 라시드

알-딘(1247-1317)과 1300년경 중국을 방문한 와사프, 아불페다(1273-1331) 그리고

아마 가장 유명한 인물로 꼽힐 수 있는 이븐 바투타(1304-77)가 포함된다.

바투타는 야콥 단코나가 짜이툰의 내부문제에 개입한 지 반세기 후에 그 곳에

도착했는 데..


제2장  때는 1270년


안코나의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야콥 단코나, 랍비로 자라나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회색턱수염, 검은 눈에 매부리 코“룰 한 상인이지만 단순한 상인은

아니다.

(갑자기.. 친구  ‘말렉 벤하마디‘가 생각난다..)


1270년대의 중동은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비롯하여 많은 지역을 벌써 몽골군이

점령중이었기에 대부분의 여행을 항로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1270년. 그의

나이 49세에 그는 딜을 떠나며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제4장 거대한 무역항 빛의 도시 짜이툰


La citta lucente 빛의 도시는 13세기 중국남부의 해상관문 역할을 했던 항구

였다. 1270년대 남송의 수도는 항저우. 항구의 실명은 泉州, 즉 현재의 취앤저우

일 가능성이 높다.


-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시님땅의 도시 짜이툰에 도착했다... (유대인)형제, 나탄

밴 탄탈로가 따뜻하게 나를 영접했다. 대리인인 그는 나를 그 도시에 사는 다른

유대인들에게 소개시켜주었는데 그들은 예를 갖추어 환영을 표했으며...그러나

타타르 군대의 짜이툰 정복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자..

-

여기서 타타르군대란 쿠빌라이 칸의 군대를 의미한다. 징기스칸 (1162~1228년)이래

이들은 중국북부잔역을 지배하고 영토를 양자강까지 넓혔다.

 

[ 강화해변 마라톤에 참가한 바, 강화군수의 축사중에... 13세기 몽고군이 전세계를

  침탈하던 와중에도 강화는 건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언급했다..]

 


제5장 암흑과 빛 가운데서


p. 181


사창가는 인간들의 지옥이고 도박장에는 천벌이 내릴 것이며 주점은 모든 악행의

소굴입니다. 도박은 강도짓과 다름없고 간음은 살인과 같다는 말을 우리 현인들

께서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오늘날에는 도박과 간음을 나쁘다고 여기기는

커녕 쾌락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야 마음의 위안을 얻는 자들

마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가 좀 즐기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점점

사악한 인간으로 타락합니다.


과거에는 남자들이 어떤 경우에도 남의 아내에게 손을 뻗치는 것을 매우 조심

했습니다. 대단히 사악하고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여자들 또한 정절을 지켰고 도덕심이 강했으며....그러나 현재는 여자들이 아비를

모르는 자식을 낳고 도시의 처녀들은 무절제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며 윤리의 한계선

을 모조리 뛰어넘어서.......모든 여자들이 남편이 있든 없든 육욕이 발동할 때

마다 해소할 방법을 찾습니다. 그들은 욕정을 느끼는 즉시 남자와 잠자리에 들기

바쁘며 자신의 무도한 행동을 조금도 저어하지 않습니다.


남자끼리 잠자리를 같이하는 자들은 자연에 역행하는 자신들의 행동이 자연의 순리

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들은 금지된 행위인 남자끼리의 동침

을 서서히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비열한 욕망이 선한 것처럼.....

남자만을 사랑하는 남자들은 한술 더 떠서 자기네 사랑이 순수할 뿐만 아니라

남녀간의 사랑처럼 존경받을 가치가 있으며 남자의 성기를 다른 남자의 항문에

넣는 사람도 존중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며....또 어떤 남자들은 남자끼리

동침하면 여자는 고통을 크게 덜 뿐 아니라 출산의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펴면서...

 

(하느님, 이렇게 불결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을 용서하소서...)라고 단코나는쓰고

있다. 또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자기의지에 반하여 바라본 것을 하느님께서는

용서하시리라.)라거나 (제가 그곳에서 갑자기 느낀 욕망을 용서하소서..)라고도.

 

김영하의 빛의 제국에 나오는 비슷한 풍경이 있다.

(이런 글을 옮기는 나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내리지 않게 하소서..)

이윽고 한 남자가....들어가기 쉽도록 침을 바르고..

 


나는 너무나 추악하여 차마 기록조차 할 수 없는 행위를 수없이 보는 동안 알몸의

유희에 넌더리가 나고 말았다.처음엔 쾌감을 느꼈으나 (하나님 저를 용서하소서)

마침내 심신이 피로해 진  것이다.내앞에서 남녀가 짐승처럼 추잡하게 성교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신을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턱은 묶여있었다. 가족들이 시신주변에 모여있었다.

덮어놓은 작은 이불에는 마지막 통증을 느낄 때 흘러나온 침이 한 방울묻어잇었다.

한없는 축복을 내리시어 구분의 영혼을 길이 보존하시고 그의 기억이 복되게 하소서. 짐승의 소굴 같은 가증스런 곳에 있었음에도 나는 돌아서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내앞에는 아버지의 얼굴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영혼에 평화를 내리

소서) 내뒤에서 천박하게 성행위를 하는 남녀의 모습도 떠올랐다. 비록 신앙심

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가장 해로운 기억을....


이리하여 나는 우리가 사물을 선별적으로 기억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리 현인들이 가르치듯이 사람은

세상을 두루 다니면서 지식을 탐구해야 하지만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것이 더 좋은

물정도 있다. 마찬가지로 진실해보이지만 거짓이 숨어 있을 수 있거나 신앙심 강한

사람의 마음속에 금지된 사악한 욕망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제 11장 유종의 미를 거두다


1272년2월24일 밤 짜이툰을 떠난다.

1273년5월 안코나에 귀환.


제 12장 맺음말

 

몽골왕조가 비틀거리면서 멸망의 길을 걸은 14세기중반 직후부터 중국에 들어간

선교사들과 상인들의 종적이 모두 묘연해졌다. 우리는 아비뇽에서 수도사들과

주교를 파견한 사실을 안다.아지만 그들은 엄둠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소식이

끊겼다. 어두운 안개가 극동지역을 뒤덮어...

 

끝이다..선정적인 쳅터에서만 너무나 많은 문장을 발췌했다.

(하느님의 진노가 비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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