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지구의 삶과 죽음, 피터 워드

eyetalker 2006. 10. 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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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공항 2층서점에서

구매.

 

사실 지난 8월말에 부친을 떠나보냈다.

 

살아있는 자에게 죽음은 필연이라는 명제.

 

행성의수명, 지구의 수명에 대해 다룬 책이다.

 

제3장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에피소드로 다루고 있다.

 

저자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내가 느낀 죽음의 행로와 극히 유사하다.

 

내용은 이렇다.

 

80이 훨씬 넘은 루스 워드는 미명의 어떤 2월 아침

항상의 관절염, 혈행장애로 인한 아픔과는 다른

특이한 고통을 감지한다. 아침에 찾아온 막내딸은

급히 그녀를 병원으로 옮긴다.

 

의사가 보니 워드는 이미 탈수증세가 상당히 진행중

이고 신체의 각시스템이 시시각각 무너져가고 있다.

x선 촬영결과 내장은 파열되고 음식과 소화액은 복강

으로 누출되고, 곧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수술이 시작된다. 체액을 공급하고 소변을 거르는 튜브

가 삽입되고 진통제가 투여된다. 심장기능,맥박수,

혈압측정장치가 부착된다. 기도에는 투브가 삽입

되어 기계가 폐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면역계가 감염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항생제를 투여

하나 이것은 동시에 배설기관에 부담을 준다.

 

심장역시 중노동에 시달린다. 끊임없는 구토반사

는 그녀가 전체적으로 심각한 위협에 처해있음을

고지한다. 아드레날린을 비롯한 온갖 호르몬이

마구분비되고 있다.

 

에너지와 음식이 부족해지자 대사계가 고통을 겪기시작한다.

림프계는 감염과 싸우고 있고 항생제가 일부 손상된 그녀의 폐를

채우기 시작한다. 하나의 시스템에서 비롯된 문제는

연결된 다른 시스템으로 옮겨간다. 호흡기가 제기능을

못하자 심장의 부담도 커진다. 혈액검사결과 백혈구

수가 늘었다.감염이 생겼다는 증거다. 숨을 쉬느라

힘이들어 다른 주요기관으로 갈 에너지가 소진되었고

소화기를 침범한 박테리아는 마구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류스 워드의 목숨은 각 시스템의 몸부림으로 변해

갔다. 어떤 시스템은 나아지는 반면 어떤 시스템은 나빠지고

있었으며 이모든 것이 서로 얽혀있었다.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시스템의 기능도 천천히 정지되어

갔다. 세포와 조직은 아직 살아있었지만 복잡한 생물학적

조직체인 내장기관은 이미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마침내 루스 워드이 심장이 멈추었다. 혈액순환은 느려지다가

곧 정지했다. 세포에는 더 이상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다.

 

몇시간이 지나면서 죽음의 여러가지 모습이 그녀를 뒤덮기

시작했고 온몸에서 화학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포벽, 소기관, 핵이 파괴되기 시작했다.아미노산이 변했다.

여러가지 박테리아가 연이어 떼를 지어 몰려왔다.이러한

변화과정은 이틀후면 화장과 함께 갑자기 중단된다. 화장장의

열기는 이 원소들을 유기물의 형태에서 무기물의 형태로 바꿔놓을 것

이었다.

 

루스의 탄생, 성장, 생활, 사망은 지구의 일생과도 닮아있다.

 

-UNQUOTE-

 

많은 가정에서 노년에 이르러 죽음을 목전에 두고, 육신을

가누지 못하면서 너무나 긴 세월동안을 살아만있는 사람

들이 있다.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삶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마는, 원치않는 불행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루스 워드의 죽음처럼, 그나마 제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마지막

시스템의 반란에 무릅을 꿇을 수 있다면 그것은 차라리 행복

이다.

 

자기판단을 하고, 자신의 죽음을 미리 설계할 수 있어야만 한다.

 

어차피 영생할 수 없을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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