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내이름은 빨강

eyetalker 2005. 3. 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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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My name is Red.)
작가: 오르한 파묵.

어떻게 이 소설을 이야기해 줘야할지 모르겠다...

16세기초중엽,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는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이슬람의 ‘그림(세밀화)’과 얽힌 ‘이슬람’교 이야기라 해야할지.. 하루이틀 시간이 지난 뒤라면 ‘카라’와 ‘세큐레(여자 주인공)’의 사랑.. 아니 ‘연정’만이 기억속에 남을 지도 모르겠다. ‘세큐레’라는 여자는 독자의 마음을 단단히 쥐어잡고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다 끝내 노년의 그녀만 일별한 채 발길을 돌리는 듯한 안타까움이 남는다. 독자인 나 마저도 그녀를 카라에 빼앗긴 채 미완의 사랑을 곱씹는 듯한 그런 가슴 아픔을 느낀다면. (지나치게 로맨틱한 감상에 젖었다.)

‘이스탄불‘이야기부터 먼저 해볼까..(요즘 마음을 괴롭히는 상념에 사로잡혀 그다지 큰 의욕이 없는, 약간의 슬럼프상태라 이야기에 기운이 없어 뵈더라도 참고 들어주기 바란다.) 그리이스 시대에는 ‘비잔티움‘이라고 불리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동로마제국 시대에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불렸다. 1453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침공으로 함락, 오스만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이 되어 1923년까지 수도였던 이 도시는 유럽대륙의 남동쪽 끝과 아시아 (소아시아)대륙의 북서쪽끝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러스’해협의 유럽쪽 해변 남쪽입구에 빌붙어있는 형상이다. 보스포러스해협은 글자 그대로 바다의 협곡, 그러나 해협건너 소아시아땅이 바로 건너다 보이고 지금은 웅장한 현수교가 걸쳐져 도로위의 통행은 무척 붐비는 편이다. 도로 건너편이 ‘우스퀴다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소설에도 자주 등장한다. 아마 당시에는 하층민들이 주로 거주한 듯하다.)

토카피 모스크와 주변박물관에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아야 소피아 성당도 박물관이 되었다.) 웅장한 아랍어 현판이 여기저기 보이고. 그러나 아랍어를 말할 수 있는 터키인은 거의 없다. 터키의 초대 대통령이된 케말 파샤는 껍데기만 남은 오스만 터키 제국을 공화국으로 바꾸면서 이슬람교와 정치를 분리하고 터키의 세속화를 주창, 일상생활과 정치를 이슬람과는 완전히 분리시킨다. 따라서, 아랍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고 여인들도 거의 헤잡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만큼은 아직도 굳건히 이슬람교가 지배적이다. 술탄의 호피방석, 각종 보석장식의 검이 상자째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지금은 우리가 조선시대의 각종 유물을 보는 느낌정도라고 보면 될 것같다. 단, 건물은 다르다. 유럽식 석조건물들은 유럽 어디와도 견줄 수 있을 만큼 웅장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서있다. 그러나, 아직 이스탄불의 거리는 황량한 편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뒷골목은 예외없이 음침하고, 도심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흙먼지가 날리는 황폐를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촌스럽고, 그래서 근대의 패배자 동양인들에게는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소설속으로 들어가보자..


시대적 배경은 아마도 16세기 초중반 쯤인가보다. 16세기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전성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아마 그 언저리쯤. 인근 이탈리아 동부의 해상제국 베네치아와 오스만제국은 다투기도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지중해 동북부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지배자 술탄의 궁정에는 그림을 그리는 ‘화원’이 있고, 수많은 화가들이 이슬람의 회화전통인 ‘세밀화’를 그린다. 물론, 원근법은 유럽에서 르네상스시대쯤에 만들어진 회화개념이고, 이슬람 회화는 첨탑의 꼭대기에서 신의 시선(결국 알라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술탄조차 조금 크기만 크게 그려질 뿐, 나머지는 거의 동일한 크기로 그림속에서 존재한다. 개,고양이,말, 나무, 하렘의 여자, 포로, 거지,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각 군주(파샤, 칸) 등등 각종의 다양한 인간 군상이 세속의 지배자 술탄의 종으로 살아가는 사각의 틀을 눈이 멀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림 장식자의 존재로 살아가는 세밀화가들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다.

전개는 이렇다. ‘세큐레’의 아버지 ‘에니시테’는 화원의 장인 ‘오스만’과 대립되는 관계에 있는 ‘세밀화가‘이다. 어느날 술탄의 특사로 유럽으로 보내진 그는 베네치아의 궁전에서 원근법등 유럽회화의 발명과 발견이 구사된 ’초상화‘를 보게되고 이는 몽골,중국의 회화전통에 연이어있는 이슬람회화와의 차이, 그 후진성에 충격을 받게되고.. 이를 동경한 그는 화풍의 차이를 이용한 , 결국은 유럽화풍을 모방한, 그림을 그려 이를 베네치아의 궁전에 선물함으로서 술탄이 지배하는 나라의 문화적 풍부함, 성취를 과시하자고 술탄에 진언한다. 그러나, 엄격한 계율을 중시하고 코란에 등장하지 않는 모든 외계의 것을 이단시하는 이슬람정통주의 설교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폭력적 위협이 잠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아는 술탄은 에니시테와 몇몇의 세밀화가들만이 참여하도록하는 밀서(세밀화)제작을 지시한다.

문제의 여인 ‘세큐레’는 이 에니시테의 외동딸. 주인공 ‘카라’는 에니시테의 죽은 부인의 동생의 아들, 따라서 세큐레와는 사촌지간. 조실부모하고 에니시테의 집에 얻혀살던 어린 시절, 궁정화원의 도제로 들어가 있으면서 ‘세큐레’와의 사랑에 빠져 결혼을 요청하나 ‘애니시테’는 카라를 쫒아낸다. 페르시아를 떠돌며 화가, 문인생활을 하다 12년만에 돌아온 ‘카라’앞에 던져진 현실과 사건이 소설을 풀어가게된다.

‘나는 지금 우물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서두의 주인공은 소설속에서 제일 먼저 죽임을 당한 자 , 세밀화가 ”엘레강스“이다. 소설은 살인자가 누구이냐를 밝히기 위한 노정을 따라간다. 또다른 세밀화가 ’나비‘. ’올리브‘, ’황새‘가 있다. 화원장 ’오스만‘도 깊게 연관되어 있으나 그는 이미 쇠잔해가는 ’이슬람‘회화의 운명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에니시테‘마저 죽임을 당한다. 사건을 따라가는 ’카라‘

12년만에 돌아온 ‘카라’앞에 선 꿈의 연인, ‘세큐레’는 이미 유부녀다. 아니, 미망인이다. ‘카라’가 사라진 뒤 ‘세큐레’는 어느 ‘기마병’과 결혼하고, 두 아들을 둔다. ‘세브켓’과 ‘오르한’이다. (작가의 이름이 ‘오르한 파묵’이란 사실에 주목.) 남편은 페르시아와의 전쟁터에 나간 뒤 4년째 소식이 없다. 사실상 전사자. 그러나 이슬람 가부장제는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 그가 죽으면 그 집안의 소유물이다. 남편의 동생 ‘하산’이 ‘세큐레’를 노린다. 쓸쓸한 삶의 한가운데 그녀의 마음도 ‘하산’을 미워하지는 않게된다. 그녀가 모르는 또 한사람의 남자가 있다. ‘에니시테’의 집에 드나드는 세밀화가중의 한사람 ‘올리브’다. 둘의 연정은 달리 드러나지 않는 ‘올리브’만의 짝사랑이다.

‘에니시테’가 살해당한 후, ‘소유자’가 없어진 ‘세큐레’가 법적인 ‘소유자’인 전 남편의 집안으로 끌려갈 것을 염려한 ‘세큐레’와 ‘카라’는 ‘에니시테’가 병들어 누운 것처럼 위장한 채, 법적 이혼과 법적결혼을 강행하고, ‘하산’은 이 결혼을 위법으로 선언하며 ‘카라’에게 복수의 칼날을 간다.

‘세큐레’의 결혼 조건은 가혹하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을 찾아 벌주기 전에는 동침할 수 없어요.“

범인은 ‘올리브’다. 동기는? 앞서 이야기한 밀서 제작상의 갈등이 동기의 바탕이다. ‘올리브’는 이슬람화풍이 유럽화풍에 잠식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취할 수 있는 것은 취할 수 있다는 입장과 돈의 힘을 믿는다. 분명하지는 않으나 중도적이다. 그것만으론 불충분한 지, ‘올리브’의 인성이 ‘악마’적 환영에 휘둘린 탓에 그러한 살인과 도피행을 결행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부분은 좀더 자세히 읽고 곱씹어 볼 일이다.)

폭풍같은 사건들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잠잠해진다.

두사람의 사랑을 정의하는 세큐레의 언설은 이렇다.

‘내 상처에 연고를 발랐다고 말하면 되요“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어요.
그 말은 삶과 죽음, 금기와 천국, 절망과 수치 사이에 장애처럼 자리잡은 우리 사랑의 색깔의 본질을 구설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랑의 변명이기도 했어요.

그 후로 26년간, .....

거의 결말에 가까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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