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세일즈맨의 죽음

eyetalker 2005. 11. 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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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출장을 가서 또는 미국에서 출장온 미국의 직장인을 만나서 어쩌다 월급 이야기를 하다가 적잖이 놀란 적이 있습니다. 화이트 칼러 작장인들도 주급을 받는 경우가 많더군요. 매주 금요일날 구좌에 주급이 통장으로 입금되는 모양입니다. 임시직이나, 불루칼라 직장인들은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겠죠? 요즘은 월급제도 많이 있기는 하다고 합니다만, 주급제가 미국적 전통인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의 세일즈맨들은, 그러니까 아더밀러의 희곡 속의 세일즈맨 , 윌리,도 포함해서, 대부분 공장이나 회사에서 나오는 어떤 특정한 물건의 샘플과 가격표를 가지고 그 담당지역에 퍼져있는 각종 해당 물품의 도소매점에 주문을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친구도 아직 그와 유사한 시스템하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다보니 세일즈맨 한명이 동부면 동부, 서부면 서부, 남부는 남부, 중서부는 중서부 식으로 몇개 주를 맡아 담당하면서 끊임없이 여행하면서 판매대상업체의 구매담당자와 씨름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경기상황, 시대의 변화에 따라 뒤쳐지거나, 나이를 먹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해서 세일즈맨으로서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사람은 그 물품 공급회사에서 주급제의 제도적 보호를 받는 단계에서 밀려나고 나중에는 판매수당,실적급으로 생활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되는 것이죠.

아더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나오는 주인공 "윌리"가 현재 바로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그의 "실패" - 물론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능력 상실, 무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인생 그 자체, 급변하는 사회에서 점차 뒤쳐지는 노인, 또 그 가족 각 구성원들 조차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 핍박에 의한 것이라는 암시도 섞여 있습니다만- 와 연관된 일련의 사건들로 희곡은 구성되고 전개됩니다.

'윌리'가 아직은 젋었던 어느 날, 출장지에서 윌리는 거래처의 구매계에서 일하는 한 여인과 동침하게 되고, 공교롭게도 그날 밤, 유망한 고교풋볼선수로 촉망받던 아들 '비프'가 '수학'성적의 부진때문에 졸업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빠져 대학진학이 좌절되면서 '윌리'가 묶던 호텔방으로 들이닥칩니다. "비프'는 , 예전의 그날 밤, 아버지 '윌리'가 그 밤의 여인에게 '스타킹' 한 상자를 화대로 지불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 것은, 항상 스타킹을 기워서 신는 어머니- 윌리의 아내- '린다'에 대한 공유의 비밀이 되어버립니다. '비프'의 아버지에 대한 멸시, 불신임의 원인이 되고 윌리로서는 아내에 대한 깊은 죄의식이 자리잡게 됩니다.

You were never anything but a hard-working drummer who landed in the ash can like all the rest of them!이라고 비프가 나중에 아버지 윌리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이것은 아버지에 대한 불신감에서 터져나오는 일갈이겠죠. 즉, 뼈빠지게 일만 하고는 있지만 그저 먹고 살기에만 급급한 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바로 당신! 이라는 것입니다만, 별다른 탈출구가 없이 갇혀있는 나, 그리고 어떤 우리들에게 던져지는 무서운 한 마디입니다.

갈등의 끝, 윌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자조감에 빠져, 차를 몰고 나가서는 - 아마도 암시적으로는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윌리'의 운명이 멀지않은 미래에 '나 자신'에게도 닦쳐올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는 느낌에, 책을 들고 지하철안에서나 침대위에 누어서나 읽어나가는 와중에 간혹 침울해 지기도 했습니다만, 책을 덮은 지금은 다소 나아지는군요.

"윌리"가 간 길이 아닌, 다른 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ㅈㅣ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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