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김희영 옮김. 동문선 2004년11월15일. 其.1
Fragments d'un discours amoureux. Rorand Barthes. 1977.
英譯本 제목= A lover's discourse= 직역: 戀人의 談論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라는 오페라 아리아는 이제 진부한 곡명이 되고 말았다. 롤랑 바르트를 읽고 사랑이 과연 무었인지, 또는 무었이었던지를 되씹기 보다 지금 당장 사랑이라는 ‘사악‘에 뛰어들어봄이 더 나을 것이다. 어릴 적,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목련꽃 그늘아래서 꾸역꾸역 읽다가 그 대단한 진부함과 봄의 나른 함에, 그 깊은 권태와 절망에, 차라리 뒷산에 올라가 이곳 저곳 솟아, 허물어지는 다갈색 봉분들위에 애꿎은 ’낫‘만 부메랑 돌리기 (아래위로 회전하는 거지만)하던 기억이 난다.
‘푸른 연미복과 노란조끼‘의 사나이 베르테르는 자살했다. 아마, 사랑의 경계면에서 돌아올 길을 잃어버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비록 사랑하더라도, 빠졌다해도 돌아와야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그가 오늘, 아니면 내일 나를 만날 수 없다는 전갈을 보내왔다해도, 그래서 홀로 덮고 자던 이불자락에 갑작스런 눈물 한방울 정도는 묻힐 수 있을지언정, 망각의 강을 건너갈 수야 없지 않은가. 비록, 그의 연모하는 그 자리에 - 로테의 자리 옆에- 이미 ’알베르트’가 서 있다해도 절망은 언제까지나 때 이른 판단이다.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을 부르던 그 시대는 아마도 사랑이 철철 흘러넘쳐 목숨마저 휩쓸려갈 사랑의 홍수시대였을까. 출근길 내내 ’체칠리아 바르톨리‘를 들었다.
역시 삶이 아닌 것은 ‘생명의 무의미한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때가 익어 어느 때, 스스로 삶과 죽음의 경계면에 이제는 결정적으로 섰다고 느낄 때, 너의 의식이 마지막 한 줄기 틈을 줄 때, 굳건히 일어나, 그리고 과감히,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하겠지만. >
‣이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나는 빠져들어간다, 나는 쓰러진다...”
p28,
.. 나를 책임감 있는 주체로 만드는 이 막힘, 이 조밀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묽어지고 기절한다. 샤르트르, <도피로서의 기절과 분노에 대해>
‣부재하는 이
괴테,<베르테르의 슬픔>
이 작품에서 사랑의 대상인 로테는 움직이지 않으며, 어느 순간 멀어지는 것은 베르테르이다... 부재를 말하다는 것은 곧 주체의 자리와 타자의 자리가 교환될 수 없음을 단번에 상정하는 것. 다시 말하면 “사랑하는 것 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부재의 담론은 여자가 담당해왔다.... 기다리고 있고, 또 그래 인해 괴로워하는 남자는 놀랍게도 여성화되어있다....사랑하기 때문에 여성적인 것이다.
p.36
불교의 한 公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승이 제자의 머리를 오랫동안 물 속에서 붙잡고 있었다. 점차 물거품이 희박해지고,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스승은 제자를 꺼내어 되살린다. 네가 지금 공기를 원했던 것처럼 진실을 원할 때, 너는 비로소 진실이 무었인지를 알게 되리라.
그 사람의 부재는 내 머리를 물속에 붙들고 있다. 점차 나는 숨이 막혀가고, 공기는 희박해진다. 이 숨막힘에 의해 나는 내 ‘진실’을 재구성하고, 사랑의 다루기 힘든 것을 준비한다.
‣“근사해!”
P.40
당신의 욕망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미지를 만난다는 것은 매일 있는 일은 아니다.
라캉,<세미나>
‣다루기 힘든 것
P.43 긍정 Affirmation. 모든 것을 향해 모든 것에 맞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을 가치로 긍정한다.
‣코에 난 작은 점
P.47 변질. 사랑의 영역에서 사랑의 대상의 逆이미지를 잠시나마 만들어 내는 것.
‣고 뇌
P.53 고뇌. 이런저런 우발적인 일로 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위험, 상처, 버려짐, 돌변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격해지는 것.
‣사랑을 사랑하는 것
P.55 취소.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자체의 무게에 짓눌려 사랑의 대상을 취소하게 하는 언어의 폭발. 사랑의 고유한 변태성에 의해, 주체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이지 대상이 아니다.
‣고행자
P.59 사랑의 대상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불행을 재현함으로써 그를 감동시키려 할 때,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징계하는 어떤 고행의 행위를 시도한다.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거나, 검은 안경 뒤로 시선을 감추거나, 심오하고도 추상적인 학문연구에 몰두하려한다. 수도승마냥 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려한다.”
‣아토포스
P.60 Atopos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을 ‘아토포스‘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끊임없는 독창성으로 인해 분류할 수 없음.
‣기다림
P.64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대수롭지 않은 늦어짐으로 인해 야기되는 고뇌의 소용돌이.
“... 내 기다림을 둘러싼 모든 것은 비현실적인 것에 휩싸인 둣하다. 이 찻집에서 나는 들어오고, 수다떨고, 농담하고, 혹은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 그들은 기다리고 있지 않다.”
P.68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검은 안경
P.71 " 내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얼마나 사랑한는지를 감춰야만 하는게 아닐까?“
‣“모든 안착한 사람들”
P.75 베르테르는 안착하고 싶어한다. “내가 그녀의 남편이라면...”베르테르는 이미 알베르트가 차지한 그 자리를 원한다.
‣파국
P.79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의 상황을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결정적 막다른 골목이나 함정으로 느껴 자신이 완전한 파멸상태에 이르렀다고 여기는 격렬한 위기
“ 나는 온힘을 기울여 그 사람에게 내 자신을 투사했으므로, 그가 없으면 자신을 만회할 수도 되찾을 수도 없다.나는 영원히 끝장난 것이다.
‣래티시아
‣마 음
p.85 이 단어는 모든 종류의 움직임이나 욕망에 관계된다. 그러나 한결같은 것은 마음이 선물의 대상으로 - 무시되던 거부되든간에 - 성립된다는 점이다.
“마음은 욕망의 기관이다.(마음은 섹스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오그란든다.)
‣“지상의 모든 쾌락”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p90 compassion 사랑의 대상이 사랑의 관계와는 무관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불행하거나 위험에 처해있다고 느끼거나 보거나 알 때, 사랑하는 사람은 그에 대해 격렬한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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