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올드데이스
박 규원/민음사 2003./올해의 논픽션상 대상
2003년 휴먼다큐멘터리 부문 논픽션 상을 수상.
지난 시대 중국의 영화 황제라 불린 조선인 김염 (김덕린 1910년 한성 産)의 일대기를 그 외손녀가 추적한다.
1990년경 중국과 정식 국교가 이루어지기 전만해도 중국은 황해 저편 산동성 닭 우는 소리가 들리던 곳이 아니라 인도 건너편 쯤에 붙어 있던 나라였다.
당시 노태우 정권의 중국과의 갑작스런 수교 때문에 일방적인 단교조치를 당한 대만 측의 분노어린 비난과 서울-대북 직항편의 급작스런 폐쇄같은 조치들로 어수선 했던 시절의 기억이 난다.
논픽션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최근 개봉된 영화 色,戒의 배경과 거의 같은 시기라고 보면 된다. 영화의 주인공들도 상하이에서 항일계몽영화를 만들고 홍콩에서 항일구국을 주제로 하는 연극을 공연한다. 김염의 일대기에도 그와 비슷한 시기가 있다. 국민당의 국부군이 항일계몽영화제작자들을 탄압하는 것도 거의 비슷하다. (영화에서는 친일 왕정위 정부치하를 적시하고 있긴 하지만.)
김염이 결정적으로 공산당이 집권하는 신중국에 무사히(?)편입되는 것은 아마도 그 당시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거의 대부분 반봉건,항일 저항영화였기 때문일 것 같다. 1966년 이후의 문화대혁명을 그나마 그 정도로 넘길 수 있었던 것도 -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사자가 아니므로 쉬운 이야기를 한다고 할 수도 있다만.)
김염의 일대기는 그만의 일대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독립운동가 일가와 바로 연결된다.
김염의 아버지는 김필순으로 조선 최초의 양의사 면허를 획득하고 신민회에 가담했다가 일경에 쫓겨 서간도 퉁화에서 북만주 흑룡강성 치치하얼까지 피신한다. 나라의 몰락이 굴하지 않는 한 선각자를 지구 저편 깊숙한 곳까지 밀쳐 보내고 있다. 상상을 절할 비장한 각오다. 너라면 그럴 수 있겠는가?. 1919년 그가 피살(?)되자 전 가족은 그야말로 뿔뿔이 대륙 전역으로 흩어진다. 심지어 몽고 울란바토르까지 도망간 사람도 있다. 근대사의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그렇듯 그 일가들은 결국 미국, 중국, 한국에 흩어져 정착하게 된다. (왕조적 망상에 사로잡힌 편협한 독립운동가의 초상, 이승만 정권 때문에 독립 운동가 가족의 이산문제는 해방 후 더더욱 복잡해졌다.)
일가는 김마리아를 비롯, 상해 임정의 김규식과도 연결되며 근친 중에 독립유공자 추서를 받은 사람이 물경 6인에 이른다.
주은래의 모교인 천진 남개중을 다니다 그만둔 김염은 열입곱 나이로 상하이로 건너가 거리를 하릴 없이 떠돌다 영화계에 투신하게 되고 20,30년대 중국 영화계의 히로인 롼링위(阮玲玉), 왕런메이(王人美) ,친이(秦怡)등등 과 같이 출연, 대성공을 거둠으로서 중국인들의 뇌리에 초창기 중국영화의 황제로 각인된다.
그의 말년은 불운하다. 1983년 病死.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진이가 아직도 상하이 영화계의 거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사진 속의 그녀는 여전히 미인이다.
'雜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과 동물, 최재천 (0) | 2008.02.16 |
---|---|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0) | 2008.02.11 |
인간없는 세상. (0) | 2008.02.11 |
불꽃속의 나라, 박 규원 (0) | 2008.02.05 |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0) | 200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