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讀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복거일 2014.

eyetalker 2014. 5. 15.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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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복거일 2014.

 

오랜만이다. 작가 卜 鉅一의 작품. 소설의 外皮自傳의 종막 부근, 비록 肝癌에 걸린 바, 속세의 치료를 방기한 채, 남은 삶 또한 온전히 본인의 에만 봉사키로 결심한 작가는 어느 봄날의 유유한 散策에 나선다.

 

그의 작품 활동 시작은 내 사회생활의 시작과 시기적으로 일치했다. ‘碑銘을 찾아서. 1987년의 이 작품이 일으킨 sensation. 지난 27년간 두 번의 遭遇. 慶州 역전의 한 헌책방에서였다. 그것이 자주 있는 소소한 반가움 이상이었음을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그의 저작들은, 물론 모다 涉獵한 것은 아니나, 시종 차분하며, 대개의 날라리 시중 작가들과는 감히 天壤의 차라 해도 좋을 만큼 월등히 知的이다. 그는 두상자의 책을 어디다 내버렸을까? 작품 속의 그는 자신을 무척 卑下한다. 물론, 時俗의 관점에서이겠으나. 긴 한강변 산책길에서 마주친 사람들 중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 비록 일면식 없는 사이이긴 하나 공감에 기초한 잠시의 다정스런 대화를 나누는 설정이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이 사회와 시대에서 둘도 없이 독보적인 名士이다. 나도 오늘은 긴 산보에서 돌아와- 도심을 무려 이만 오천 - 그의 책을 읽고 일찍 잠이 들었다가, 꿈속에서 문득 든 생각은, 그는 왜 러셀이나 프롬, 보르헤스같은 이들에 대한 언급은 아꼈을까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조지 오웰과 헨리 밀러에 대한 짧은 코멘트가 있다. Pure, pole, 의 공통점에 대한 생각이 몽중에 떠 오른 것은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內戰에 대한 그의 언급의 영향이다. 비아프라가 과연 항구도시 인지 여부는 굳이 찾아보지 않기로 한다. 밤이 아직 한 참이다. 새벽 세시 반. 삼성전자가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공장직원들에게 보상키로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오래 전, 작가의 어린 딸의 사인이 겹쳤다. 몰랐던 사실이다. 내세를 믿지 않으므로 저승에서 아이를 만나겠노라고 말 할 수 없다는, 차라리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작가의 말이 잠시 淚腺에 앉았다 자리를 떴다.

 

진화생물학과 우주적 관점에서 보는 일개인의 삶이란 주제를 들면 성찰은 언제나 가능하다. 壽衣에 주머니를 달 필요는 없다거나, 내 삶의 끝으로 또 하나의 우주가 종말을 고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말도 누구나 가능하지 않은가. 이토록 단순하고 확실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이처럼 부족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만, 누구를 탓할 필요는 없다. 삶은 有限이다. 바쁘다.

 

2014/05/15 [ [

 

p37 결국 곧 죽을 노인 계층이 아직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들의 몫을 앞당겨서 소비하는 형국이 되었다

 

p40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훨씬 공격적이다

p44~45 지식인이 책방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읽지 못한 책들을 머리맡에 쌓아놓고 죽는 자신의 모습이 그럴듯해서 그의 얼굴에 야릇한 웃음이 배어나온다

 

p61 얼굴이 유난히 뾰족한 사내

 

p73 모두에게 우주의 중심은 자신이다

 

p79 그렇게 되면, 여성족외혼의 본질적 기능인 혼외정사의 차단을 가족이 수행 할 수 없게 되죠.

 

p91 모든 애비들은 기도한다. 이 세상의 거친 힘들로부터, 억울한 운명으로부터, 어린 딸을

보호 해주십사.

 

p97 봄비에 젖는 부모님 산소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p102 늙음의 중심적 특질은 인간적 특질들을 점점 잃어가는 현상

 

p143 지름이 12,742킬로미터인 지구를 모래알만한 크기로 줄여서 책상위에 놓으면, 달은 3센티미터쯤 떨어진 더 작은 모래알이 될 것이다. 태양은 12미터쯤 떨어진 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 비3,200킬로미터 밖에 있을 것이다

 

p176 정치는 늘 증오의 체계적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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