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부추겨 줄 아무것도 없는, 추악함마저도 이름이 없고
과거가 무에 가까운 도시에서 어떻게 감동될 수 있겠는가? 공허, 권태, 무심한 하늘, 이런 곳들의 매력은 무었인가? 그것은 아마도 고독이고 또 어쩌면 여자일지도 모른다. 어떤 유의 남자들에게는 여자가 아름다운 곳이면 어디나 여자가 하나의 쓸쓸한 조국이다. 오랑은 그런 조국의 숱한 수도들 중의 하나다."
(결혼.여름)
알제리기행 263쪽에 나오는 구절.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배경이 되는 도시 오랑.
노교수는 알제,콩스탕틴,오랑을 여행하며 카뮈,지드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책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어정쩡한 느낌이다. 사진들은 구석에 쳐박히듯 배치되어있고, 더군다나 제대로 된 사진은 하나도 없어뵌다.
청어구이에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서 갑작스런 허기를 느꼈다.
카뮈를 만나면 그의 담배를 빼았아 땅바닥에 내던지며 이렇게 외칠 것이다.
" 아랍 사람을 죽이게 한 건 실수라구!. 하지만 마리는 좋았어." 물론 그가 알아들을 리는 없지. 난 불어를 못하니까. 오브와... 봉쥬르...메시보꾸..이런 유치한 몇 단어뿐이 말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제를 방문한 것이 아마 2001년 여름쯤이었나 보다.
마르세이유에서였나? 아니면 빠리에서였나. 짦은 비행을 마치고 내린 황량한 공항. 남자가 남자를 맞이하며 반가운 듯 볼에 입술을 맟출락 말락하는 광경이 좀 낮선 느낌이었다.
지중해쪽의 레스토랑에서 청어구이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그저 이렇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인생이란게 그런거지.. 하고싶은 대로 다할 수 있는 그런 삶이란 없는거니까.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하고.
여행을 다녀오고, 어디선가 '이방인'을 한권 사고, 그날 저녁 어딘가 룸살롱엔가에 갔다가 만취해서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에게 그 책을 줘버렸던 기억이 나는군. 단 한번 흉내뿐인 키스에 말이다.
그 담에 다시 알제를 가려 한남동 대사관에서 비자받고 마르세이유를 갔다가 다시 '다그 더'까지 가서 무슨 사정으로 결국 넘어가지는 못하고, 그 때 무슨 폭탄테러가 심했던 때 였나보다.. 지중해를 따라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자동차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저리해서 모처럼, 갈증때문에 주의깊게 읽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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