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권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1959년생이다,우리나이로는 올해 48세. 중늙은이가 이런 류의 소설을 잘도 만들어 낸다. 감각이 있는 내용과 문체다. 2006년, 그러니까 올해. 일본서점직원들이 뽑는 '서점대상'이란게 있나본데 대상을 받았다고 하고, 일본의 교보서적같은 곳인 '기노쿠니야'란 일본 전국규모의 대형 서점체인 근무자들도 올해의 책으로 뽑았다하니 상당한 정도 공감을 얻은 모양이다.
읽다보면 실제 그렇다. 일본적 탐미주의나, 그러니까, 읽다보면 마치 벌레의 발 갯수나 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종류의 일본적 초세심파 소설이아니다. 무모한 듯한 느낌마저 드는 소설. 한국적 정서에 접하는 면도 꽤 있다. (아마, 한국작가라면 이보다 훨씬, 정서적으로 , 패배적인 줄기를 따라갔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화자는 초등학교 6학년. 그보다 몇살 더 어린 여동생, 훨씬 더 나이 많은 누나, 조그마한 일본식 찻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격렬한 학생운동기를 지낸 탓에 사회부적응인 아버지가 가족 구성원이다. 실제 주인공은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낸 아버지. (일본어 원서의 서명은 알수 없으나 영문작명은 Southbound.)
그러니까, 아버지는 오끼나와 군도에 속한 한 작은 섬 출신자로 역사적으로 맹주에 반항한 조상을 가진 타고난 반골이며, 동경의 대학에 진학해서는 당시의 반자본주의, 반미주의 학생운동의 한 파벌에 적극참여하다, 사회적으로는 결국 낙오해버린 이상주의자로 남아있는 존재지만, 그를 두고 멀리 떠나버린 사회에 무작정한 낙담, 실망, 열패에 빠지기 보다는 코믹하나마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비뚤어진 자존심이 아니다. 비록 시대착오적이긴 하지만 의미하는 바가 뚜렸하고, 비교적 중심이 제대로 잡힌 반항.)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낙향하는 전말을 줄거리로 삼고 있다. 물론 낙향한 곳에서 결코 조용히 지내는 법은 없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중앙집권적 권력체제에 대한 뿌리깊은 저항의식은 급기야, 대다수 일본국민들이 그들 자존의 성지로 여기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한다. 막부이래 지방을 압박하고 중앙을 정점으로 일본을 집단화한 권위주의의 중심 '정부'에 대항하는 돈키호테. 개미같은 군상은 벗어날려야 벗어날 수 없는 지리하고 고단한 이 일상을 떨치고 과감히 남으로 간 이 사람을 동경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서점종사자들이 이 소설을 '서점대상', '올해의 소설'로 뽑고 있는 이유가 무었일까? 생각보다 일본 사회가 외부에서 보기보다- 일억 총보수 - 건전한 편파도 많고, 아마도 눈에 뵌듯한 만큼 노상 외설적인 것만은 아닌 사회인 듯.
아니면, 그런 고집쟁이들만 서점에 근무하고 있는 것일지도. 하긴, 동경시내의 서점에 근무하는 에도출신 골통이 얼마나 있겠는가. 99% 열도의 촌구석 여기저기서 기어 올라온 촌놈들뿐일 것이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ㅈ ㅣ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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